미국+인도·태평양 12개국의 거대 경제협력체 'IPEF'
턱 밑까지 쫓아온 중국…우방과의 협력 강조한 바이든
노동, 환경, 공정경제 등 중국 불편할 이슈 가득
IPEF도, RCEP도, CPTPP도 다 가입한 한국 '실리외교' 방안은?

[편집자 주]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식이 이슈의 중심일까? 워낙에 많은 소식들이 전해지다 보니 화제의 중심에 선 이슈가 궁금해진다. <뉴스워치>에서는 기획으로 [똑똑 키워드] 코너를 마련했다. [똑똑 키워드]에서는 한주의 화제 이슈를 키워드로 정해 살펴봄으로써 누구나 쉽고 알기 쉽게 풀어봤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사진=제20대 대통령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사진=제20대 대통령실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1619년 광해군은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명나라가 원군을 요청하자 1만여명의 군사를 파견했지만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중립외교를 펼쳤다.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던 명나라와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후금 사이 실리를 챙기려 한 조치다.

역사는 반복되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무대가 물리적 충돌에서 경제적 충돌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 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창설 멤버로서 협상 과정에 주도적인 '룰 메이커(Rule Maker)'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룰 메이커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실리를 챙기는 묘수가 나와야 할 시점이다.

IPEF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지역 주요 12개국의 거대 경제협력체다. 경제협력체는 보통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으로 대표된다. FTA는 회원국간 무역자유화를 위해 관세를 포함해 각종 무역 제한 조치를 철폐하는 걸 말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형태인 관세동맹(Customs Union)은 회원국간 역내 무역 자유화 외에도 역외국에 대해 공동관세율을 적용해 대외적인 관세까지도 역내국들이 공동보조를 취한 것으로 남미공동시장(MERCOSUR)이 관세동맹 형태다. 

공동시장(Common Market)은 관세동맹 수준의 무역정책 외에도 회원국간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며 구주공동체(EC), 중앙아메리카 공동시장(CACM)을 예로 들 수 있다. 

경제동맹(Economic Union)은 회원국간 금융, 재정정책, 사회복지 등 모든 경제정책을 상호 조정해 공동의 정책 수행하는 걸 말한다. 완전경제통합(Complete Economic Union) 회원국들이 독립된 경제정책을 철회하고, 단일경제체제 하에서 모든 경제정책을 통합/운영하고 회원국간에 단일 의회 설치와 같은 초국가적 기구까지 설치한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의 전체 성명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는 단 한 줄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중국도 같은 생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의 전체 성명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문구는 단 한 줄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중국도 같은 생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IPEF는 단순히 경제협력체라고 하기엔 기존의 협정과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으며, 정치적 성격도 가미돼 있다.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초래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도해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했던 다자간 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판 보호무역주의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전 과정. / 사진=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전 과정. / 사진=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과 갈등을 불러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외교 정책에는 'GDP 40%룰'이란 게 있다. G2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가 미국 GDP 대비 40%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면 반드시 손을 본다. 미국은 버블 경제 시기 일본을 플라자 호텔에서 이루어진 금리 조정으로 단숨에 추락시켰다.

냉전 시대도 끝나고 미국의 적수가 없어 보였지만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은 매우 가팔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의 12% 수준이던 중국의 GDP는 6년 후인 2007년 24%, 2008년 후 31%, 2010년 40%, 2012년 52%, 2016년 62%, 2020년에는 70%를 넘어 손쓸 틈 없이 미국을 따라 잡아 갔다.

미국-중국 GDP 비교. / 그래픽=김성화 기자
미국-중국 GDP 비교. / 그래픽=김성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주로 1대 1로 대응하며 서로 무역전쟁을 일으켰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출범 초기부터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올해 나온 USTR 통상 보고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이 중국의 국가주도·비시장 경제·무역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근원적 접근을 강조하며 새로운 대중 통상 대응전략 마련에 초점”을 두면서 “동맹국 및 생각이 같은 주요국과 지역간·다자간 새로운 연합을 통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IPEF는 핵심품목에 대한 공급망 협력, 조기경보 시스템 등을 통한 공급망 위기 대응, 디지털 신기술(AI·양자컴퓨터 등), 산업의 탈탄소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 등 신통상 의제를 핵심 이슈로 한다.

여기서 대중 정책 방향으로 중국의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한 불공정·왜곡적 조치로 인한 △상품 및 서비스 시장 접근 제한 △외국 제조업체 와 서비스 공급업체의 중국시장 영업 제한 △불법적 수단으로 외국의 지재권·기술 확보와 △열악한 노동권 보호·인위적 저임금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비롯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함도 분명한 IPEF의 목적이다.

IPEF는 다소 느슨한 가입 형태를 띄고 있다. IPEF는 △노동과 환경, 기후 디지털 경제 등에 관한 연결된 경제(Connected Economy) △공급망과 관련된 회복력 있는 경제(Resilient Economy) △탄소 저감 등 환경과 관련된 청정경제(Clean Economy) △법인세, 조세조약, 국제뇌물방비협약 준수 등과 관련된 공정경제(Fair Economy)의 4개 필라(pillar, 기둥 또는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IPEF 참여국은 4개 필라 중 하나만 가입해도 가입국으로 인정 받는다. 이는 IPEF 참여국이 미국을 포함한 현재 13개국에서 더 늘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IPEF 주요 내용. / 사진=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IPEF 주요 내용. / 사진=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중국의 행보는 미국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듯 하다. 미국 탈퇴 후 일본이 주도한 TPP 후속작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가 출범했다. 중국은 2018년 CPTPP 가입 신청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CPTPP 가입이 애초 쉽지 않지만, 중국의 국제 질서 편입노력을 다른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명분 쌓기용 기회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올해 1월 발효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를 통해서 경제협력체를 구성했고, 이에 대해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의 헨리 가오 법학 부교수는 “RCEP 발효로 미국이 전략을 재고해 아-태 지역에 복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IPEF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미국 편을 들고 있는 걸까? 전체적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RCEP와 IPEF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우리나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또 올해 4월 여한규 통상교섭본부장은 제5차 한국-호주 FTA 장관급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의 CPTPP 가입을 위한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향후 가입 신청 시 호주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하는 등 이슈가 되는 경제협력체에는 다 발을 담그고 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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