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관련 금융권 부담 약 284조 4000억원에 이르지만, 재차 연장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당선인도 소상공인·중소기업 ‘적극’ 지원 의지 밝혀
실물경제 살리고, 금융권 부담 덜 수 있는 절충안 모색해야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후보가 당선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은행권에서는 소상공인·중소기업과 관련한 대출 문제를 놓고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4차례에 걸쳐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결정을 내렸으나, 차기 정부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로 코로나19 관련 저금리 대출을 요구하는 정부당국의 압박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6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2020년 4월 첫 연장을 시작으로 이달 초 재차 연장이 결정되면서 총 4차례 미뤄지게 됐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작년 말부터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해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빌린 돈’은 갚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수차례 연장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에 따른 원금과 이자는 언젠가 갚아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무조건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보다 원금과 이자를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낼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작년 말 기준으로 약 284조 4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만기 연장 관련 금액이 270조원, 원금 상환 유예 조치 관련 금액이 14조 3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관련 금액이 2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해당 금액을 은행들이 전부 떠안은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당 금액은 은행이 정부 방침에 발맞춰 대출 희망자에게 빌려준 돈일 뿐 방역당국이 시행하는 ‘소상공인 지원금’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은 말 그대로 빌려준 돈일 뿐 지원금이 아니다”라며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돈은 결국 예금 또는 주주들의 투자금인데 이와 같은 자금을 함부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원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최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와 관련한 전폭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어 은행권의 대출 정책 관련 부담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을 보면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 확보해 온전한 손실보상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 적극 추진 등이 담겨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긴급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사회 각 분야 재건을 위한 지원 체계 구축이 제시됐다. 5조원 이상 특례보증을 통해 저리대출 자금을 확대하겠다는 입장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차기 정부에서도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와 관련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소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집./캡처=김민수
윤석열 당선인 공약집./캡처=김민수

금융당국도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에게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권고한 상태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은 은행별 재무담당 부행장(CFO)과의 간담회를 통해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8760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사안은 이달 말로 예정된 은행별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신용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및 코로나19 취약업종 대출에 대해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계획”이라며 “은행별 상황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추가 적립 규모를 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순전입액은 2020년 1조 3000억원에서 2021년 1조 8000억원으로 약 34.6%(5000억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환을 계속 연기해주거나, 저금리 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자칫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적절한 선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은행권이 상생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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