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콩, 호주 등 13개국에 확산되면서 주요 경제지표 하락
강한 감염력에 대한 불안 증폭…치명률은 낮다는 견해도 있어
국내외 제약업계 “백신·치료제 신속히 개발할 것” 앞다퉈 발표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백신 접종률 증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 등에 대한 기대로 아주 조금씩 안정세로 전환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으면서 전 세계 각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9일 제약·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변이 바이러스가 보고됐다. 이 바이러스는 현재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 변이로 불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전파성, 중증도, 백신 및 치료제의 유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려 변이’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로 지정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감염력이 높고,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의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이로써 우려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알파(Alpha), 베타(Beta), 감마(Gamma), 델타(Delta) 변이에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추가되면서 5종류가 됐다.

입국 제한 강화되는 공항./사진출처=연합뉴스
입국 제한 강화되는 공항./사진출처=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를 WHO에 처음 보고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지만, 최초 발생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접한 보츠나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보츠나와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영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체코, 캐나다, 프랑스, 호주, 홍콩(가나다 순) 13개 국가에 퍼지면서 총 15개 국가에 전파됐다.

학계 일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럽, 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4개 대륙에 퍼진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약 5~6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홍콩의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도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WHO는 오미크론 변이의 구체적인 전염성, 위험도, 치사율 등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예비 데이터에서 재감염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재감염은 코로나19에서 완치된 사람이 또 다시 감염될 확률을 뜻한다.

코로나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사진출처=연합뉴스
코로나 환자 치료하는 의료진./사진출처=연합뉴스

이에 따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안젤리크 쿠체 박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염 환자들을 살펴본 결과, 미각·후각 상실 증상이 없었으며 가벼운 기침만 증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전파력이 강할수록 치명률은 낮아지고, 변이가 많은 바이러스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스스로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안젤리크 쿠체 박사가 담당한 환자 수가 너무 적고,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약 32개 이상 돌연변이가 관찰된다는 이유를 들며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이미 주요 국가들에 퍼진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도 올 것은 당연하다”며 “면역보호를 회피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발 빠르게 항공편 운항 중지 및 입국 금지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켰으며, 일본도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막기로 했다. 영국, 홍콩, 싱가포르는 아프리카 여행객 입국 차단에 나섰고, 미국도 오미크론 변이 발생 국가에 대한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등 경계에 돌입했다.

전 세계 주요 경제지표는 폭탄을 맞았다.

KB증권 안소은 연구원이 내놓은 ‘미국주식 급락 Comment’에 따르면 지난 26일 미국 주요 주가 지수는 2% 이상 떨어졌다. 

S&P 500은 전일과 비교했을 때 2.27% 하락했고, 다우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2.53%, 2.23% 하락했다. 국경 봉쇄 조치가 재개되면서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13.04% 급락했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에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면서 주식시장에 투매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홍콩·영국·독일·유로존 등 주요 주가지수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업종별 등락률에서도 제약 및 바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 전부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증시도 29일 하락했다. 코스피는 27.12포인트(0.92%) 떨어진 2909.32에 종료되면서 간신히 2900대를 유지했다. 코스닥은 13.55포인트(1.35%)가 떨어지면서 결국 1000대가 무너져 992.34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하락한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과 각국 정부의 봉쇄 정책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코스피에서 7609억원을, 코스닥에서 3166억원을 매도했다.

29일 국내 증시 마감./사진출처=연합뉴스
29일 국내 증시 마감./사진출처=연합뉴스

세계 경제 시장의 불안한 모습과 달리 국내외 제약업계는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백신, 치료제를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활기를 보이고 있다.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맞설 부스터샷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화이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적합한 백신을 개발해 100일 이내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노바백스,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카제네카 등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오미크론 변이 퇴치에 자신감을 보이며 이른 시일 내 성과물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인 ‘칵테일’ 흡입형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미 델타 변이에 대한 대응능력이 확인된 렉키로나 국내외 공급에 주력하면서 새로 출현한 오미크론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개발이 완료된 렉키로나 뿐 아니라 2차 개발을 진행 중인 칵테일 흡입형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약사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다음달 7일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도 해결 가능’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해당 기자간담회에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임상 1상 중인 ‘CP-COV03’이 어떻게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까지 해결하는지 소개하는 연구 성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21세기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시대”라며 “한 가지 항바이러스제로 특정 바이러스와 그 변이까지 치료할 수 있는 ‘멀티 타켓, 원 드러그’(Multi-target, one drug)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간담회 개최 배경을 소개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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