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이민청 설립추진 의사를 밝혀온 이래 이민청은 그간 세간의 관심을 모아왔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민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고 각 부처가 외국인 관련 정책을 제각각 추진하다 보니 작지 않은 불편과 비효율이 있었다. 따라서 과거 여러 대통령이 이를 없애자는 취지로 추진해 보았으나 번번이 무산돼 아쉬움이 남았었다. 이제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던 장관이 교체됨으로 인해 한창 추진 중인 이민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의 향방이 어찌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국제결혼 또한 증가하면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얼마 전 국내 외국인 비율이 이제 전체 인구 5%를 넘어서며 한국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10명 중 7명이 넘는 학교도 서울에 2곳이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전례 없는 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특징인 이 시대에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이동은 글로벌 환경의 중요한 특징이 됐다. 현대 이민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략적이고 자비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되기에 더 효율적이고 제대로 기능하는 이민청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다.

문제의 핵심에는 이민이 단순히 지리적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이민은 기회, 피난처 또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찾는 개인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이민청은 이민자들의 복지와 수용 국가의 이익을 모두 보장하는 구조화된 입국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이러한 열망의 관문 역할을 한다.

이민청을 설립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효과적인 국경 관리의 필요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그 나라에 들어오는 개인을 조사하고 문서로 만드는 간소화된 프로세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민청은 입국희망자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통해 국가안보를 지키고 잠재적인 위협이 입국하는 것을 예방하는 최전선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이민청은 경제 성장과 문화 다양성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관리된 이민은 혁신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다양한 재능, 기술 및 시각을 제공한다. 선행 다문화 국가의 예를 보면 숙련된 전문가부터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이민자들은 역사적으로 수용국의 경제 환경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잘 구성된 이민 시스템은 이러한 기여가 사회 구조에 원활하게 활용되고 통합되도록 보장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이민의 인도주의적 측면이다. 많은 사람이 분쟁, 박해 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피난처를 찾고 있다. 이민국은 망명을 신청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합법적이고 온정적인 길을 제공해 세계 무대에서 공감과 연대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없으면 취약한 개인은 보호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규제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이주 경로에 휘둘릴 수 있다.

혹자는 엄격한 이민 정책이 배타성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대로 기능하는 이민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이민 관행을 시행함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민청은 투명한 입국 기준과 투명하고 비차별적이며 평등과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 많은 국가가 이민청을 설치하고 있다. 사례를 보면 먼저 이민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는 국토안보부 산하의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USCIS)가 있다. USCIS는 이민 및 귀화 신청 처리를 담당한다. 다문화주의를 대표하는 캐나다엔 이민 난민 시민권부(IRCC)가 있다. 이곳은 캐나다의 이민 정책과 프로그램을 감독한다. 다양한 이민 카테고리에 대한 신청서 처리를 관리하는 기구다. 영국 내무부는 이민 통제 및 정책을 담당한다.

특히 내무부 산하 법 집행 기관인 영국 국경군(UK Border Force)은 국경 보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넓은 국토와 적은 인구로 인해 이민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호주의 내무부는 이민 정책과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내무부 산하의 호주 국경수비대는 이민 및 관세 집행을 담당한다. 이민에 있어 가장 다양한 경험을 가진 독일의 연방이주난민청(BAMF)은 망명 신청 처리 및 이주 관련 문제 관리를 담당한다. 일찍이 저출산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던 프랑스는 이민 및 통합 사무국(OFII)이 이민자의 수용 및 통합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보다 이주민의 비율이 적은 일본도 2019년에 이미 출입국재류관리청을 만들어 이민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각 국가의 특정 요구와 정책에 맞게 맞춤화된 전 세계 이민청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정의롭고 효율적인 이민청의 설립과 유지는 단순히 관료적 차원의 필요성이 아니라 책임감 있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이주를 관리하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국가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번영을 촉진하며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연민과 정의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이동성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화의 흐름을 헤쳐 나가는 동안 잘 기능하는 이민청은 더욱 포용적이고 조화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야의 슬기로운 선택을 기대해 본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신오쿠보 뉴커머 코리아타운과 이중의 정체성>, <일본의 다문화공생제도와 한국의 다문화정책> 등 다수 논문과 <화투-꽃들의전쟁>, <다원문화사회의 담론> 등 저역서 다수 집필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