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9년도 A등급 획득…2020년도부터 D등급
이한준 사장 취임 이후 재차 ‘국민 신뢰 회복’ 강조
생명·재산·안전 관련 설계변경사항 등 사건·사고 사전보고체계 강화
사회적 책임 밀접한 ESG 평가서 최초 A등급 획득

[편집자 주] 매년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종사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최고인 S등급부터 E등급까지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기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관장의 거취와 임직원의 성과급을 꼽을 수 있다. 기관장의 경우 2년 연속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으면 자신의 이름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올라갈 수 있다. 임직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D등급이나 E등급을 받는 경우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는다. 전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6월이면 기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워치>는 경영평가 발표를 반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한 성적을 거둔 공기업들의 2023년 행보를 되돌아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진주 사옥.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진주 사옥.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기업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임직원을 보유한 기관이다. 토지의 취득·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국민 주거생활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고자 설립됐다. 그만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기업 중 하나다.

◆ 우등생서 낙제생으로 추락…최근 3년간 ‘D등급’

LH는 2017~2019년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얻으며 우등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공기업이다. S등급은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사실상 받기 어려운 만큼 A등급은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은 신통치 않다. 2020년도 평가 당시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의혹이 등이 불거지며 윤리경영과 리더십, 조직·인사 등에서 나쁜 평가를 받은 게 이유다. 그 결과 LH는 전년도보다 3계단 추락한 D등급 받으며 낙제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2021년도와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각각 D등급을 받아 최근 3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주요 원인으로 소홀한 사회적 책임이 꼽혔다. 실제 LH는 해당 연도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책임에 해당하는 ‘안전 및 재난관리’와 ‘윤리경영’ 비계량 부문에서 각각 E+등급, E0등급을 받았다. LH의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해당 등급의 이유로 산업재해 사망과 민간건설 주택 매입약정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 등을 꼽았다.

기재부는 “2022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명으로 향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과 대책이 요구된다”며 “민간건설 주택 매입약정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있는 바 특정 업체의 계약편중을 방지하고 신규 업체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동일 업체의 연간 매입 건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해 12월 청렴 서약식에 앞서 혁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해 12월 청렴 서약식에 앞서 혁신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 ‘도시·주택·교통 전문가’ 이한준 사장, 대국민 신뢰 향상에 ‘방점’

현재 LH를 이끄는 기관장은 도시·주택 및 교통 전문가로 알려진 이한준 사장이다. 2022년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 사장은 40여년간 공공·민간·학계에서 전문경영인과 학자로 몸담은 인물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과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경기도시공사(GH) 사장을 지냈으며 2011년 GH 사장에서 퇴임한 후 아주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였다. 본연의 임무인 국민 주거 안정 실현과 LH의 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게 당시 이 사장의 다짐이었다. 특히 2021년 발생한 내부 직원 땅 투기 사태를 언급하며 자신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한준 사장은 “작년(2021년) 일부 직원의 일탈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이에 따라 대다수 임직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며 “LH 임직원들이 그간의 과오를 바로잡고 국민을 위해 다시 힘껏 봉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애정과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국민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의지는 취임 다음 달 열린 ‘청렴 서약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과 일부 직원의 투기 사태로 훼손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전사적 반부패·청렴 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을 결의했다. 또 서약식에 앞서 부동산 투기 행위 등 불공정·부조리 해소, 전관예우 근절, 성과 중심 인사체계 개편 등을 담은 LH 혁신계획안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해 12월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 세대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해 12월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 세대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 불법행위 신고 의무·사전보고 체계 강화…ESG 평가서 ‘A등급’ 최초 획득

LH는 지난해 6월부터 불법행위 신고 의무를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반영해 계약을 체결 중이다. 아울러 불법행위 신고에 참여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고 횟수에 따라 입찰 시 가점을 부여 중이다. 불법행위로 발생하는 공기 지연과 안전사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안전한 현장관리를 위해 건설현장의 전체 시공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영상기록은 지난해 8월부터 화성향남2 A21BL 등 6개 단지 약 3700가구 공사에 시범 적용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건설현장 사건·사고의 실시간 사전보고체계도 강화했다. 국민의 생명·재산·안전과 관련 있는 설계변경사항 등 사건·사고는 지역(사업)본부장을 시작해 본사 주관부서장, 임원, 필요시 기관장에게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의 경영평가와 성격이 다르지만 사회적 책임과 관련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LH는 서스틴베스트가 실시한 지난해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LH가 A등급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도 LH의 평가 등급과 총점은 각각 BB등급, 76.22점이었다. 지난해에는 총점이 14.04점 상승한 90.26점으로 1등급 향상됐다.

LH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과 전관예우 철폐, 건설문화 혁신 등 투명·윤리 경영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인 만큼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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