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부터 최근까지 D·E등급…지난해 안전사고 잇달아
2022년도 경평 안전 및 재난관리 비계량 부문서 E0등급
한문희 사장 올해 7월 취임식서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 강조
철도안전자문위원회 설립, 신기술 도입 등 철도 안전에 만전

[편집자 주] 매년 기획재정부가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종사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최고인 S등급부터 E등급까지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기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관장의 거취와 임직원의 성과급을 꼽을 수 있다. 기관장의 경우 2년 연속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으면 자신의 이름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올라갈 수 있다. 임직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D등급이나 E등급을 받는 경우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는다. 전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6월이면 기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워치>는 경영평가 발표를 반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한 성적을 거둔 공기업들의 2023년 행보를 되돌아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 사옥. 사진=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 사옥. 사진=한국철도공사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국내 대표 공기업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공기관이다. 국내 철도 여객과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서 철도 운영에 관한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철도산업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 경영평가서 연속 ‘낙제점’…2022년 끊이지 않았던 안전사고

다만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은 초라하다. 2019년도부터 지난해까지 평가등급을 살펴보면 낙제점을 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구체적으로 2019년도와 2020년도 경영평가에서는 D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레일은 2021년도와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에 해당하는 E등급에 기관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기재부는 코레일의 E등급 이유 중 하나로 소홀한 사회적 책임을 꼽았다. 비위행위나 안전사고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코레일은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안전 및 재난관리 비계량 부문에서 E0등급이라는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코레일의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해당 등급의 이유 중 하나로 열차 탈선 및 충돌, 중대재해 발생을 꼽았다.

기재부는 “전년도 대비 열차의 탈선과 충돌은 4건이 늘어 16건이며 중대재해는 전년 대비 2명 늘어 총 4명으로 집계됐다”며 “많은 위험 요소가 있는 기관의 특성상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대형 사고의 확률도 높아 특단의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속앓이를 반복했다. 같은 해 3월 대전 열차검수고에서 근로자가 열차와 레일 사이에 끼여 숨졌고 넉 달 후에는 서울 중랑역에서 승강장 배수로를 점검하던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는 경기 고양 정발산역과 의왕 오봉역에서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열차 사고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월 충북 영동터널에서 KTX-산천 객차 1량이 궤도를 이탈했으며 12월에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탈선하는 사고가 벌어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 복구작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 복구작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 ‘철도 전문가’ 한문희 사장, 취임 당일 불구 현장 찾아 ‘안전’ 당부

현재 코레일을 이끌고 있는 기관장은 한문희 사장이다. 올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한 사장은 코레일 첫 내부 출신 공모 사장이자 ‘철도 전문가’로 꼽힌다. 철도고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 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했으며 재직 중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총무처(현 행정안전부)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철도공사로 돌아와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의왕IDC 대표이사와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 사장 역시 지난해 다양한 사건·사고로 얼룩진 코레일의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취임식에서 선언한 게 다름 아닌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이었다. 아울러 안전을 중심으로 제도와 조직문화 전반에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것도 안전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사장은 취임식에서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취임 후 첫 발걸음이 향한 곳도 현장이었다. 한 사장은 취임식 당일 폭우로 노반이 유실된 충북선(소이~주덕 구간)을 찾았다. 직접 호우피해 현장을 방문해 선로를 지탱하는 노반 구조물의 유실 피해를 보고받았다. 아울러 폭우에 따른 초동 대처와 비상조치 등 대응체계를 되짚으며 선제적인 시설물 안전관리와 철저한 복구작업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7월 취임식 당일 폭우로 노반이 유실된 충북선(소이~주덕 구간)을 찾았다. 사진=한국철도공사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7월 취임식 당일 폭우로 노반이 유실된 충북선(소이~주덕 구간)을 찾았다. 사진=한국철도공사

◆ 외부 전문가 자문부터 신기술 도입까지…2023년도 경평 등급 반등 주목

철도안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철도안전자문위원회도 꾸렸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산업안전과 보건, 환경, 방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과 현장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산학연 전문가 10인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휴먼에러 예방과 산재예방 관리 고도화, 철도안전에 대한 정책 자문을 한다. 이와 함께 중대사고 발생 시 원인조사에 참여한다.

철도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접목도 눈에 띈다. 코레일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철도시설물 자융주행 점검 로봇’을 내년 상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로봇은 LTE 통신망에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를 장착하고 지정한 장소까지 자율주행으로 선로를 이동해 열차운행에 방해되는 지장물을 찾아낸다. 태풍, 호우 등으로 열차 운행이 어렵거나 작업자 접근이 위험한 장소에서 선로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달리는 열차에서 선로이상 등을 점검하는 ‘영업열차 자동검측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검측시스템은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의 높이와 마모도 ▲전차선 까치집 등 이물질 ▲선로의 변형과 구성 부품의 상태 등 17가지 항목을 점검할 수 있다. 검측시스템이 탐지한 정보는 AI를 활용한 시스템에 의해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이후 유지보수 관리자에게 즉시 위치와 이상 유무를 통보한다.

한 사장이 취임식에서 “최근의 철도 사고는 국민이 코레일의 실력을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힌 만큼, 코레일이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우등생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