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장기화로 활동 제약…취임 1주년도 묵묵히 법정 출석
재계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 대비, 미래 준비에 발목” 우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발로 뛰는 현장경영으로 정면돌파했다. 해외 사업장도 직접 챙겼다. 회장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된 해외 일정만 60일 이상, 13개국, 약 13만㎞를 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 세 바퀴가 넘는 거리다. 쉴 틈 없이 달려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2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찾은 곳은 삼성 반도체의 태동지인 기흥캠퍼스다.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일본 협력사 모임 LFJ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선대의 유지 계승·발전 의지와 동시에 재도약의 각오를 보여준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햇수로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 넘게 법정을 오가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27일에도 법정(105차 공판)에 출석했다. 취재진으로부터 소회를 묻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취임했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복권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과 별개로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의 재판을 지켜보는 재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례없는 경영 위기를 겪는 중에도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 회장은 매주 열리는 재판 일정 탓에 장기간 해외 출장이 어렵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도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고 법원의 허가를 구했다.

이 회장의 활동 제약은 빅딜 중단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신사업 진출 및 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6년째 대형 M&A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물밑 협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의미있는 M&A를 향후 3년 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올해 3월 M&A 대상과 시기를 구체화했다. 연내 국내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품는 게 목표다. 이외 다른 M&A 성사 가능성도 열어놨다. 변수는 총수 부재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총수의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재계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기대하면서도 경제 성장 기여 측면에서 이 회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의 1심 공판은 내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판 결과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사법리스크에 따른 삼성 경영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이 회장은 ‘투명 경영’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은 전날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정착을 위해 ‘선임(先任)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와 삼성SDS를 시작으로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다른 계열사들까지 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도 회장 취임 당시 이사회 동의가 불필요했지만 이사회 의결 절차를 밟았다. 회장 승진 안건을 논의한 이사회는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과감한 의사결정’을 통과 사유로 설명했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대신해 사내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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