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탈상’…‘겸허한 마음’으로 새 출발
‘신경영’ 뛰어넘을 ‘뉴삼성’, 초격차 기술로 밑그림 가시화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발로 뛰는 현장경영으로 정면돌파했다. 해외 사업장도 직접 챙겼다. 회장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된 해외 일정만 60일 이상, 13개국, 약 13만㎞를 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 세 바퀴가 넘는 거리다. 쉴 틈 없이 달려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2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찾은 곳은 삼성 반도체의 태동지인 기흥캠퍼스다.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일본 협력사 모임 LFJ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선대의 유지 계승·발전 의지와 동시에 재도약의 각오를 보여준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4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OLED 모듈라인 시찰에 동행하며 직접 관련 설명을 이어갔다. 사진=대통령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4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OLED 모듈라인 시찰에 동행하며 직접 관련 설명을 이어갔다. 사진=대통령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탈상(脫喪)’을 마쳤다.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에 있는 선영에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을 열고 상주로서 마지막 상례 절차를 모두 끝냈다. 상복을 벗게 된 이 회장은 3세대 경영을 본궤도에 올리며 ‘뉴삼성’ 시대를 열게 됐다.

재계의 관심은 이 회장의 메시지다. 그는 1주기 당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겸허한 마음’을 강조했고, 2주기땐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며 ‘도전 정신’을 피력했다. 탈상의 의미를 갖는 3주기엔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는 데 주력했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겸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핵심 키워드는 ‘승어부(勝於父)’다. 선대를 뛰어넘는 경영 성과로 효(孝)와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실천하고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는 게 이 회장이 오랜 시간 품어온 인생의 꿈이자 기업인으로서의 목표다. 이 회장이 승어부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다. 당시 최후진술을 통해 “어려워도 정도를 가겠다”며 “승어부로 효도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이 구상하는 승어부는 단순히 경영 성과만을 쫓지 않는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기본’이자 ‘당연한 책무’로 말한다. 이 보다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의미는 ‘국격’에서 찾았다. 이 회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승어부에 다가가는 길이다.

삼성 글로벌 전략의 핵심인 ‘초격차’는 뉴삼성으로의 도약을 이끌 수단으로 평가된다. 당면한 반도체 산업의 위기 돌파, 넘볼 수 없는 경쟁력 확보가 기술 초격차에서 실현된다는데 업계의 이견이 없다. 이는 선대의 경영 유산을 지켜내는 것 뿐 아니라 삼성의 미래 사업 선점에도 주효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연내 로봇 상용화 준비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 6G 선행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선두로 뛰고 있다.

기술 경쟁력은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화두다. 삼성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 중 하나가 ‘기술’이라며 “미래 기술에 생존이 달렸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같은 주문은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에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하고, 선행기술 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SR) 및 주요 사업부 직속으로 ‘이머징 테크팀(테크그룹)’을 구성했다. 생활가전사업부에도 가전제품 AI화 추진을 위한 ‘AI전략P’를 신설했다. 

삼성의 대대적인 기술 강화 방침은 ‘제2의 신경영’으로 풀이된다. 신경영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혁신을 강조한 이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말이다. 올해로 선언 30주년이다. 삼성이 선대에서 혁신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후대에서 초격차를 통해 미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도 높다. 이 회장이 부친을 뛰어넘을 만한 성장과 미래로 뉴삼성을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1987년 취임 이후부터 2018년까지 매출액을 약 39배 키워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 성장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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