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 목표…기술·인재·동행·글로벌 핵심 화두
기술 리더십 강조한 ‘초격차 전략’ 따라 계열사별 신기술 역량 강화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발로 뛰는 현장경영으로 정면돌파했다. 해외 사업장도 직접 챙겼다. 회장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된 해외 일정만 60일 이상, 13개국, 약 13만㎞를 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 세 바퀴가 넘는 거리다. 쉴 틈 없이 달려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찾은 곳은 삼성 반도체의 태동지인 기흥캠퍼스다.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일본 협력사 모임 LFJ 정례 교류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선대의 유지 계승·발전 의지와 동시에 재도약의 각오를 보여준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주년을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선행 투자를 강조해왔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선 안 된다는 삼성가의 전통이 경영 철학을 뒷받침했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부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도전)’,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결단)’을 보고 배운 그다. 현재 구상 중인 ‘뉴삼성’의 비전도 선대의 혁신 정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에게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오늘의 삼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승부수는 대규모 투자다. 삼성이 공표한 투자 규모는 총 450조원이다. 이 중 80%에 달하는 360조원을 국내에 투입한다.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및 신성장 정보통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사용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 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데 안팎의 이견이 없다. 추진 상황도 순조롭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연구·생산·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 단지로,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입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이 회장이 그간 기술 리더십을 강조해 온 결과다. 삼성은 이 회장의 초격차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AI 시대를 주도할 5세대 HBM3E D램 ‘샤인볼트’ 공개(삼성전자),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S라인’ 구축(삼성SDI) 등이 대표 사례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과 함께 삼성의 미래를 이끌 ‘인재 확보’, 선대의 가르침을 잇는 ‘동행 행보’, 미래 먹거리를 발굴·육성하는 ‘글로벌 경영’으로 요약된다. 특히 인재제일(人材第一) 철학은 초격차 전략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취임 전부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다”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취임 후에는 경영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관심을 쏟았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추석을 중동 3개국 출장으로 보냈다.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는 등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올해 추석을 중동 3개국 출장으로 보냈다.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는 등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동행의 영역을 임직원에서 협력사와 지역사회로 확대했다.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의 협력사를 찾았던 그는 향후 10년간 지역의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외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와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삼성희망디딤돌’,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및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을 외부로 확장한 ‘C랩 아웃사이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의 사회공헌활동(CSR) 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동행’인 것이다. 

조용한 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기부·봉사왕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데 얼굴이 알려진 탓에 쉽지 않다”고 토로하면서도 “익명으로 기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빼놓지 않고 기부를 챙기는 곳이 외국인 노동자 단체인데, 외국인 노동자와 아이들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연말 이웃사랑성금으로 500억원을 기탁한 데 이어 올해 4월 강릉 산불 피해, 7월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해 각각 성금 30억원씩 기부했다. 역대급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구호 성금으로 현금·현물 총 300만 달러(약 38억원)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해외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육성하는 데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 방문 및 중동 현지 사업 점검차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하노이 삼성R&D센터 준공식 참석) ▲UAE·스위스(경제사절단 동행 및 다보스포럼 참석) ▲일본(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 ▲중국(삼성전기 텐진 공장 방문 및 중국발전포럼 참석) ▲미국(경제사절단 동행) ▲프랑스·베트남(EIE 총회 참석 및 경제사절단 동행) ▲이스라엘·이집트·사우디(추석 연휴 출장)▲사우디·카타르(경제사절단 동행)를 순회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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