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엑스포 유치위원장 겸임…재계 구심점 역할
SK 2세 사촌 형제 간 우애·협력으로 분쟁없이 경영권 승계…그룹 재도약

[편집자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위기에 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이듬해 총수에 오른 그는 비상경영으로 파고를 넘었고, 그룹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소버린 사태에선 투명경영을 앞세워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더 심각하다는 현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도 혁신경영으로 국내 재계 서열 2위를 꿰찼다. 갑작스레 타계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물론 국내 대표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최 회장은 9월 1일 취임 25주년을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9월 1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SK주식회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9월 1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SK주식회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사진=SK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룹 총수 외에도 국내 주요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수장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까지 1인 3역을 소화하는 데 눈코 뜰 새가 없다. 본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천포럼’ 개막식까지 거를 정도다. 이천포럼은 그룹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여해 미래 경영을 논의하는 SK의 3대 연례행사다. 최 회장이 포럼 출석을 미루고 찾은 곳은 중남미다.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한 물밑 행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류진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만나 두 경제단체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류진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만나 두 경제단체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K에 따르면,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이뤄지는 11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전략상 방문국을 공개할 순 없지만 투표일을 앞둔 10월 프랑스 파리를 다시 찾아 막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름 휴가도 반납했다. 최 회장은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이 접촉하려 한다. 파리에서 할 일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서울보다는 파리에 가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된 강행군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취재진에게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모자는 이제 그만 쓰고 싶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막중한 임무이지만 대단한 영광이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국가적·국민적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62세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아 ‘재계 맏형’으로 불린다. 처음부터 맏형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은 부친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서둘러 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그룹 승계에 유력 후보였던 최종건 창업회장의 장남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양가(최종건·최종원家) 2세 5형제가 모인 가족모임에서 최 회장을 추천했다. 사촌형제와 동생은 상속을 포기했다. 이들의 우애와 협력으로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 없이 그룹을 승계했다. 그때 최 회장의 나이가 38세였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월에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목발을 들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외쳤다. 그는 목발 부상에도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월에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목발을 들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외쳤다. 그는 목발 부상에도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재계 막내’로 첫발을 내딛은 최 회장은 지난 25년간 그룹 성장을 이끌며 성공한 기업인, 글로벌 사회 리더로 인정받았다. 이를 방증하는 사례가 그룹 자산 총액 증가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대비 자산 총액이 10배 늘면서 지난 5월 기준으로 약 32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재계 순위도 5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성장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도 컸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락한 이유다. 4대 총수 가운데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해 상공업자 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종합경제단체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상생 발전에서 정부와 기업의 가교 역할로 활동 영역이 확대됐다. 존재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 기업인 교류 행사 등을 대한상의에서 주도했다. 지난 8월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이 대한상의를 찾아 최 회장을 만났다. 수산업계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이었다. 재계를 대표하고 기업을 움직이는 최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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