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모, 그룹 청사진 그릴 LX MDI 지휘봉 잡고 ‘제2의 도약’ 준비
구연제, 범LG家 전통 깬 커리어우먼…그룹 CVC로 등판 가능성

[편집자주] LX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2023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라 5월1일자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동시 지정됐다. 이로써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기업집단 LX의 동일인(총수)으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순위는 4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계된 자산총액이 11조2734억 원이다. 모두 독립경영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2021년 5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LX그룹은 이른바 '일등 리더십'으로 알려진 구 회장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재계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출범 3년차를 맞은 올해 계획은 질적 성장과 도약의 기회 마련이다.

LX그룹 CI. /사진=LX홀딩스
LX그룹 CI. /사진=LX홀딩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LX그룹의 싱크탱크는 LX MDI(Management Development Institute)다. 지주회사인 LX홀딩스에서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일종의 경영개발원으로 각 계열사들의 경영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인재 육성, 리스크 예방 및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의 사업 방향과 전략 수립도 지원할 방침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까지 역할을 확대해 그룹의 청사진을 그리게 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진다.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LX MDI의 선장은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이다. 

구 부사장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향후 그룹을 이끌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다. 계열분리로 독자경영 체제를 갖췄지만 범LG가(家)로서 장자승계 전통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구 회장도 LG그룹의 2인자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2018년 5월 구본무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구광모 현 회장이 취임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계열분리를 추진했다. 이른바 재계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LX그룹 출범과 동시에 구 부사장도 합류했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7년여 동안 경험을 쌓은 그는 2021년 5월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새 출발했다. 승진 속도는 빨랐다. 입사 10개월만인 2022년 3월 전무로 승진한데 이어 그해 12월 부사장에 오르며 LX MDI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LX홀딩스 측은 대표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경영 이슈 관리 및 성장전략을 주도해 그룹의 조기 안정화에 기여한 점, 지주사 2대 주주로서 그룹의 미래 구상에 강한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현재 구 부사장은 LX홀딩스 지분율 11.92%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 출범 당시 0.60%에 불과했던 지분율이 부친 구 회장의 증여(850만주)와 꾸준한 장내매수(총 30만5649주)로 2년여 만에 급등한 것이다. 반대로 40%에 달하던 구 회장의 지분율은 19.99%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LX그룹의 승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구 회장이 고령(만 72세)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구 회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경영권 승계를 매듭짓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승계 과정에서 구 회장의 장녀 구연제 씨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범LG가의 여성 대부분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전업주부로 지내온 것과 달리 커리어우먼으로 경험과 능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연제 씨는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을 마친 뒤 창업투자회사 마젤란기술투자로 자리를 옮겨 팀장으로 활동했다. 투자 기업 발굴에 직접 뛰어들 만큼 열정적이고 능력 또한 출중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투자심사 전문성을 토대로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연제 씨의 그룹 합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마젤란기술투자에서 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합류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등판 무대는 LX그룹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로 언급되고 있다. 앞서 LX홀딩스는 사업 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고, ‘LX벤처스’라는 상호 가등기를 마쳤다. CVC 설립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실제 연제 씨가 CVC를 통해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LG와 다른 LX그룹만의 새로운 기업풍이 만들어진다는데 의미가 크다. 

연제 씨의 지분율 8.62%로 부친 구 회장과 오빠 구 부사장에 이어 LX홀딩스의 3대 주주다. 경영권 다툼보다는 그룹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힘를 보태 구 부사장의 지배력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작 LX그룹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승계를 두고 갖은 전망과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응에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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