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작년 말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발표 이후 압박 지속
3년마다 갱신되는 수수료율 놓고, 카드사와 일부 가맹점 간 마찰 발생
카드업계 “금감원 가이드라인 준수” vs 일부 가맹점 “수수료 부담 지우지 말 것”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정부가 신용카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면서 카드사와 영세가맹점을 제외한 나머지 가맹점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은 카드사가 짊어지고 있지만, 중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사가 해당 손해율을 본인들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별다른 중재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7일 카드업계 및 가맹점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은 원가 기반 수수료 산정 원칙에 따라 2012년 이후 원가 감소 요인을 반영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0.7% 포인트 인하), 연매출 2~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0.7%p 인하),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평균 0.3% 포인트 인하(추정)로 조정됐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 비율은 2.7%에서 2.5%로 0.2% 포인트 낮아졌다.

이후 금융당국은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해 적용했다.

작년 말 금융당국은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2012년 3300억원, 2015년 6700억원, 2018년 1조 4000억원 등 3차례에 걸친 수수료율 재산정을 통해 수수료 부담이 이미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현재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재산정 결과에 기초해 우대수수료율 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은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세가맹점(3억원 이하)은 0.8%에서 0.5%로, 연매출 3~5억원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1%로, 5~10억원 가맹점은 1.4%에서 1.25%로, 10~30억원 가맹점은 1.6%에서 1.5%로 낮아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작년 12월 카드수수료 개편방안과 관련한 당정협의 모두발언을 통해 “2012년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연간 2조 4000억원 줄어든 상황”이라며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고 평가했다.

카드결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카드결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수수료 경감 비용으로 인한 수익 손실은 고스란히 카드사의 몫이란 점이다. 카드사 역시 기업인만큼 매년 수익률을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부분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카드사가 수수료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사실은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 범위를 2017년 연매출 3억원 이하에서 2018년 연매출 30억 이하로 크게 확대하면서 전체 가맹점의 96%가 혜택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96%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4% 가맹점이 카드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임의적으로 설정하는 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상태에서 3년마다 갱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마트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전자지급결제협회 등 일부 가맹점들이 모여 있는 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 속에서도 카드사들이 고통 분담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마트협회는 지난달 말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사가 일말의 협상 여지도 없이 일반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인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마트협회 김성민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적격비용 산정을 통해 카드수수료를 인하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내려갔지만, 동네마트 등의 일반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은 현행 최고수수료율인 2.3%로 인상하겠다는 고지문이 2월부터 가맹점에게 일방 통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마트협회는 최고 인상률을 보인 신한카드를 상대로 가맹점 해지, 법인카드 해지, 대출 및 주거래은행 전환 등 여러 가지 집단행동을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마트협회 기자회견 모습./사진=한국마트협회
한국마트협회 기자회견 모습./사진=한국마트협회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름값 인상으로 주유소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한국석유유통협회의 경우 유가 인상분만큼 늘어난 주유소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주유소의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95% 수준인데 주유소 카드수수료가 매출액에 대해 1.5% 정률로 적용되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면 수수료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는 게 한국석유유통협회 측 주장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은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은 명목상 1.5%지만 판매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분까지 주유소가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1.5%인 수수료율을 1%로 인하하면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연간 2425억원 낮출 여력이 생길 수 있다”며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을 유가 수준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지급결제협회도 주요 카드사들이 통보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폭에 대해 반발하며 최근 신한카드 본사 앞에서 ‘PG사 카드 수수료 인상 반대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카드사와 일부 가맹점의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생색’만 내지 말고,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겠지만,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카드 결제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양측 입장 차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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