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것을 위험한 사실로 간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서 지구온난화가 광범위한 일관성을 띠면서 진행되고 있음을 지각-인지하고 있으며, 산업화 이후 인위적 이산화탄소(CO2) 총량의 급증세는 주요 동인(動因)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돼야 함을 공감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Working GroupⅠ)이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에서 인간의 영향이 지구의 대기(大氣), 해양(海洋), 지표(地表)를 따뜻하게 했다는 것은 명백하며, 그 변화는 대기·해양·빙(하)권·생물권에서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요약본은 기후시스템의 전체를 포함해 시스템상 많은 측면에서의 최근 변화 규모가 수세기에서 수천년 동안 전례가 없던 것이며, 특히 2019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200만년 동안 어느 때보다 높았고,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 농도의 경우 최소 80만년 동안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고 설명하고 있다.

그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의 사실성과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과학적 엄밀성 제고와 함께 과학적 예측범위 내에서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오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한때 IPCC도 성과를 내놓는 과정에서 극히 일부의 오류나 의도되지 않은 오기(誤記) 등이 발견돼 반대 진영의 전문가와 언론의 거센 비판 공세, 집요한 의혹 제기로 쌓아 왔던 성과의 신뢰성과 목적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의 문제 해결과 극복은 과학적 합의의 엄밀성·엄정성을 제고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

오늘날 IPCC의 노력과 성과는 정책결정자들이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과 관련한 공동 대응책 및 지역적 방안을 마련할 때 과학적·실증적 토대를 제공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영향력이 점점 축소됨에 따라, 지구온난화 문제를 대하는 그들의 관점과 접근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그 동안 국제사회는 1992년 유엔기후협약 이후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공동 대응에서 한계성과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등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2005년에 발효됐던 교토의정서는 2008-2012년(제1 공약기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5.2% 감축을 목표했지만 탄소배출국1, 2위를 다투던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37개국만이 온실가스 감축 대상이 돼 효과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그후 교토의정서(2020년 만료)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 합의로 파리기후협정이 발효됐다. 협정은 일부 선진국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국이 의무적으로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토의정서와 크게 달랐다.

그런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올해초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협정에 다시 복귀함으로써 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그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장이 과학적 불확실성과 논리적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엄숙하고 차가운 과학적 논리로써, 때로는 뜨겁게 달궈진 정치경제학적 논리로써 날을 세워 표출돼 왔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운 주장들이 과학적으로 오류이거나 잘못된 것으로 차츰 드러남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양 진영의 첨예한 논쟁은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례들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당시 기준에서 봤을 때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지구온난화 관련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이 있다.

2007년 3월 영국의 채널 4에서 "The Great Global Warming Swindle"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것이다. 영화는 지구온난화가 인위적인 온실기체(GHG)와 상관관계가 없으며, 기후과학이 자본과 정치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 기후변화의 현실과 원인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채널은 영화 제작·편집과 관련해,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존경 받는 과학자들의 잘 정리된 견해를 모은 논쟁거리라고 묘사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의 인위적인 배출로 야기된다는 것을 믿지 않는 일부 과학자들의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의뢰된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영화는 지구온난화의 인위적 원인에 대한 견해가 과학적 결함이 있을 뿐 아니라 금전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전제 하에 △지구 역사에서 지구온난화와 동일한 흐름의 변수는 존재하지 않고 △현재 전지구적 기온 상승은 태양 활동량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는 주장을 전개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대응과 공조는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비평가들은 영화가 데이터를 오용·조작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연구에 기반한 잘못된 주장들을 인용하고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정부간 기후변화에 관한 공식적 입장들이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됐다고 지적했다.

또 IPCC는 영화에 인용된 △지구 평균기온 변화가 자연 기후 변동의 범위 안에 있다거나 태양력 영향이 중요한 동인(動因)이라는 것 △대류권이 표면보다 덜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 △화산폭발이 화석연료의 연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 △기후 모델이 복잡·무한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거부했다.

논쟁 이전과 논쟁 과정에서 회의론자들도 지구온난화의 실재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변수와 추세를 분석하고, 상관관계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다.

때문에 그들 역시 밀란코비치 주기론에 나오는 주장과 적용된 파라미터를 포함, 관련된 다양한 연구논문들을 통해 △세차 운동 △불투명도 △이심률 △태양력 변화 △빙하 단계 변화 △기타 지구 내·외부 변동성 등이 자연 기후 변동 범위 내에서 지구 기후변화 패턴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추세 분석과 함께 검토했을 것이다.

아울러 그들은 지구온난화 옹호론자들의 연구 방법과 관측된 데이터, 예측 모델 등을 자신들의 것과 비교·분석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가령, 밀란코비치 파라미터로 추세를 살펴보면 앞서 제시된 자연 순환 변수들과 마찬가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총량 변화 추세도 지구 온도변화 패턴과 거의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장구한 지구의 역사와 시간의 화살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한 주장을 엄밀성으로서의 과학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보면,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동시에 인과관계도 있음을 확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지구 온도 상승이 이산화탄소 총량 상승 때문인지 아니면 이산화탄소 총량 상승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명백하게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그런데 어느 것이 먼저인지 확정할 수 없는 무한 루프에서 벗어날 길이 생겼다. 실마리는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총량 증가 추세가 지구 역사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과 같은 기간 진행 속도 역시 동일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태(사건)에서 비롯됐다.

"잠시 한 가지 확인하고 이어가자."

회의론자들 중에는 이산화탄소 총량 증가 '속도'와 '기후민감도'라는 관점 안에서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산업화 이후 기간의 이산화탄소 인과성이 과장돼 있다고 생각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려고 했던 전문가들이 있었다.

(기후민감도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의 2배가 될 때 지구 기온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민감도 범위를 2.6-3.9℃라고 규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더욱 정교한 기후 예측 모델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민감도 범위(1.5-4.5℃)는 회의론자들에게도 주요한 논리전개 도구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그들은 과학적 예측범위의 하한선인 1.5℃를 집중 인용하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인과성과 의미를 축소하거나 초점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하한선이 2.6℃가 되면서 그들의 주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80만년 동안의 밀란코비치 파라미터와 프록시 기록 /출처: IPCC AR5 Ch.5 Fig.5.3
지난 80만년 동안의 밀란코비치 파라미터와 프록시 기록 /출처: IPCC AR5 Ch.5 Fig.5.3

지난 30-40년 동안 관측돼 온 대기 중 이산화탄소 총량의 전례 없는 증가세는 앞에서 언급된 자연적 순환 주기라는 관점에서 벗어난 사건임이 분명하기에, 산업화 이후의 광범위한 인간 활동에 기인한 변화량과 속도에서 지구온난화 원인 규명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회의론자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회의론자의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가 '사실'이며, '사실'을 이루는 사태(사건)들 중의 하나인 '인간 활동과 연결된(혹은 인간 활동에 기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실적으로 실재'하는 구성 요소라는 점이 '참'인 한에서, 그들이 지구온난화라는 사실에서 밝혀 낼 수 있는 또 다른 대항마가 될 어떤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탐색과정에서 유독 이산화탄소를 예의 주시하면서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편에 계속]

이우탁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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