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날씨 예측이 기상과학의 발전으로 신뢰성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활동의 각 분야에서 날씨 예측정보는 필수적인 것이 돼 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와 예측의 신뢰성도 기후과학의 발전과 함께 기후변화 정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지구적으로 장기간 관측된 수십 종 이상의 기후 감시 데이터와 수백 개 이상의 수치모델 예측 자료가 수집-분석-종합돼 나온 평가·예측 정보는 세계 각 지역에서 미래의 기후변화 적응 및 대응책을 검토하고 결정할 때 실증적·이론적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기후변화 평가·예측이 나날이 조급해지고 높아져가는 우리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씨 정보는 임의의 어떤 때에 발생하는 기압·기온·습도·바람·강수량·구름 양과 형태·일조 등을 배열해 종합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가 종종 우리의 기대감을 저버릴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측정 장비와 컴퓨터, 물리학적 또는 수리학적 알고리즘, 측정 및 데이터 수집·분석 방법과 규모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확정성(불확실성)이 날씨에 작용하고 있어 정확한 근사 예측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성 성분들의 물리학적 성질과 양태, 위치 등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대기의 경우 관측 가능한 수직적-수평적 또는 시-공간적 좌표 수와 확률은 고전적이든 양자역학적이든 이론적으로 무한대에 가깝다.

가령, 무한대에 가까운 모든 좌표와 경우에서 구성 성분 각각에 대한 물리학적 데이터가 개별적으로 관측될 수 있다 하더라도 △각각의 성분 위치·운동량 및 속도·밀집·분산·시-공간성과 관계된 변화 △타깃 공간 내 서로 다른 성분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다른 계(공간)의 구성 성분이나 작용과의 관계 작용 등이 유발하는 모든 미시적·거시적 변화들을 동시 또는 유기적으로 추적-감시-관측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날씨의 불확정성(불확실성)이 이럴진대, 훨씬 더 광범위하고 고도의 복잡계인 기후(또는 기후변화)는 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 존재론적으로 보더라도 기후변화는 드러나든 은폐되든 불확정성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기후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흔히 기후시스템으로 명명돼 다뤄지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기후시스템은 기상이나 기후를 결정하는 지구 열역학적 시스템으로서 대기권, 수권, 설빙권, 지권, 생물권 등 5개 주요 요소로 구성돼 있고, 각 요소는 끊임없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복잡계다.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기후 예측의 불확정성(불확실성)이 난공불락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기후 현상은 기후변화 불확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가뭄·폭우·폭염 등 극한 기상 현상의 강도와 빈도, 지속시간 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평가보고서에도 피력돼 있다.

이는 물리과학적인 근거(physical science basis)를 통해서 볼 때,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가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상기후 및 그것과 상호 인과적으로 밀접히 연관돼 있는 기후변화의 강도·속도·빈도 급증 역시 기후(기후변화) 평가·예측을 극도로 어렵게 만듦으로써 기후과학에서의 불확정성 지배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후(기후변화) 현상의 복잡성과 예외성도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면 라니냐, 엘니뇨, 블로킹 현상 등 비정상적인 기후 현상의 △발생 여부와 시기, 규모 △지속기간과 강도 △인근 지역의 다른 기후 요소 및 현상과의 직·간접적인 관계 작용 등이 기후 예측 불확정성을 증대시킨다.

따라서 존재론적 또는 엄밀학적인 관점에서 현대 기후과학이 직면한 불확정성(불확실성)이 불멸로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편 기후변화 회의론자나 음모론자는 기후과학의 불확정성에 내재된 불멸성과 은폐성을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변종시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데에 교묘하게 활용했다. 그들의 이 같은 행보는 한때 성공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과학계가 기후 변화에 대해 높은 수준의 합의에 이르고 있고, 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과 지지 역시 널리 확대됨에 따라 회의론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회의론자들에게 결정타가 될지 모를 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IPCC 제1실무그룹(Working GroupⅠ)이 제시한 물리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돼 있다. 이전 보고서(AR5, 2013)와 비교해 과학적 신뢰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산업화 이후 최근까지 지구온난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하는 데에 인과적으로 인간활동이 연관돼 있음을 더욱 분명하게 적시한 것도 눈에 띈다.

또한 보고서는 기후변화 연구에서 산출된 확률 정보가 이용자의 상황에 맞는 탄력적 활용과 다양한 대응책의 리스크 관리에 효율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 방법과 체계 △연구 범위와 규모 △관측 방법 및 예측 모델 △지역적인 특성 등에서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서 높은 수준의 과학성·신뢰성을 제고한 확률 정보를 선보이고 있다.

이것은 공공이나 민간 부문에서 장기 전망과 함께 적응 및 대응책 마련에 있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제부터 회의론자의 끈질긴 변칙 공격과 반격, 기후과학의 불확정성(불확실성) 속에서 기후변화를 지지하는 물리과학적 평가·예측 연구와 그 산출물이 갖는 존재론적·인식론적·윤리학적 문제와 의미에 좀더 접근해보려 한다.

[다음 편에 계속]

이우탁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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