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 주목 받고 있는 메타버스. 그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은 현실의 다양한 영역을 가상세계에 연결시키거나 두 세계가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이고 범용적인 것이다.

그 기술은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5G 등 네트워크 기술이 복합체적 형태와 방식으로 메타버스에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소멸시킬 정도로 진화해 인간이 메타버스 내에서 거의 모든 일들을 해결할 수 있고 현실보다 그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면, 인간의 삶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

현실과 결합된 메타버스 생태계의 발전은 인간이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현실 활동의 다양한 부분들을 그 세계로 대거 옮겨놓을 것이다. 메타버스와 결합되기 전과 비교해 인간의 삶과 경험은 거대한 확장과 함께 전례없는 혁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1993년 어느 봄날 필자

하지만 그 이행과정의 이면에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인권이 직면할 근본적인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미래 기술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점은, 현실세계에서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기술 그 자체가 스스로 망각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메타버스 내에 속하면서 그 세계를 구성하는 다른 존재자를 지각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 자신의 지각을 의식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 세계에서 인간의 육체는 최소한의 것이 되며, 지각 그 자체도 언급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사실성을 인식-획득하기 위해 그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혹자는 메타버스의 본질에 다가가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사실성과의 단절이라는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 그 본질은 메타버스의 사실성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즉 단절이 아닌, 본질의 사실성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연결을 수행하는 작용인은 다름아닌 메타버스 구현 기술이다. 인간의 지각에 대한 생화학적 알고리즘과 메타버스 구현에 최적화된 전자적 알고리즘을 이상적으로 결합시키는 복합적 기술이기도 한 그 연결-작용인은 실시간으로 산출되고 전달되는 방대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관리-운영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메타버스 내의 존재 사실과 본질의 관계, 본질의 사실성에 기반한 기술의 연결성 등을 고려해 볼 때, 본질의 개별적인 사실성에 위에 서 있는 각각의 지각 그 자체는 자신이 무엇인지(본질)를 명확히 알려오지 않는다.

그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인간 자신을 포함한 메타버스 내에 속하는 모든  존재자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유할 필요가 있다. 즉 메타버스 내에서의 어떤 존재자에 대한 지각의 본질은 이러한 물러섬을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내부의 통속적인 시·공간개념에 기반한 지각의 현상학 및 실존론적 시각에서는, 메타버스 내의 인간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메타버스 기술의 연결-작용성에 의해서 선택되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 내 인간은 그 지각에 따라 욕망하고 행동한다. 메타버스 내에서는 지각과 의식의 흐름이 존재적 우위에 있으며, 욕망은 그 과정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사유는 메타버스 내의 인간에게는 그 욕망을 소유하는 보편적인 자아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메타버스 내에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메타버스가 인터넷을 대체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처하게 될 위협들의 대부분은 메타버스의 범용적 기술의 연결-작용성이 어떤 토대 위에 뿌리내릴 것인가에서 생성될 것이다.

가령 메타버스의 기술과 연결되거나 결합된 강력한 장치·도구·시스템·제도 등이 어떤 지배권력의 의도 속에서 통제된다면, 그 지배력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용지물로 만들거나 그 허용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메타버스의 권력화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의 가치와 효용성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전통적인 신념을 뿌리채 도려내려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언제나 더 큰 전체의 일부인 동시에 모든 것의 중심으로 존재하려고 애써 왔다. 미래의 메타버스 인간은 수많은 기회와 도전, 위험 등에 직면할 것이지만, 기술과의 공존이나 자유의지를 둘러싼 자신의 운명은 그 모든 의미에서 인간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이우탁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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