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으면 자가 대비 결혼·출산 가능성 절반 이상 감소
1000명당 혼인건 4.7 역대 최저...출산 전세 28.9% 월세 55.7%↓
주거 불안정 인구절벽 ‘야기’...“규제 완화·공급 확대로 해법 찾아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결혼 7개월차 강진우(가명·32)씨는 결혼 후 사실상 부인과 따로 생활하는 ‘별거’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 후 부인과 달콤한 생활을 꿈꿔왔던 강씨는 최근 별거 아닌 별거로 ‘장미빛’ 꿈이 깨져버렸다. 다름 아닌 ‘집 문제’ 때문이다.

경기 일산에 직장이 있는 강씨는 현재 서울 염창동 부모님 집에, 부천시가 직장인 부인은 개봉동 처가집에 임시 거주하며 주말 부부로 살고 있다.

강씨는 “서울 인근으로 신혼집을 구하러 도봉구 등 서울 동북 지역을 돌아 다녔지만 집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라면서 “코앞에 닥친 거처 문제 등으로 인해 출산 계획은 커녕 엄두 조차 못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 자가 거주 대비 결혼 가능성과 출산 가능성이 절반 이상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값이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등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1000명당 혼인 건 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 역시 지난해 4.7로 5.0이 무너지며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주거유형에 따라 결혼율, 출산율이 달라지는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인구감소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거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급을 증대시키는 등의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 규제 정책, 임대차3법 등이 시행된 이후 현재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0’ 근방을 기록하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경우 월세 매물 비중이 전세 매물 비중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을 넘어서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해 전세를 구하기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월세로 거주하는 경우 자가 거주 대비 결혼 가능성은 65.1% 감소하고 무자녀 가구에서 첫 번째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은 55.7% 감소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9를 기록하면서 연단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국제비교가 가능한 지난 2018년 1.0을 기록, OECD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초고령 국가인 일본도 합계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1.4를 기록했으며 미국은 1.7, OECD 평균은 1.6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 인구의 자연감소(연단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한국 노동패널의 가장 최신 자료를 사용, 거주유형이 결혼 및 출산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최근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임대차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거요인이 결혼 및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자가 거주보다 전세 및 월세 거주 시 결혼 가능성이 유의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 거주에 비해 전세 거주 시 결혼 확률은 23.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월세 거주의 경우에는 65.1%나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분석결과들을 종합할 때 거주유형 차이가 결혼 가능성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자가 혹은 전세보다도 월세에 거주하는 경우 결혼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결과 거주유형은 결혼한 무자녀 가구의 첫째 아이 출산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거주 시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자가 거주에 비해 28.9% 감소했며 월세 거주의 경우 자가 거주에 비해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55.7%나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거주유형은 첫째 자녀 출산에는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자녀 가구에서 둘째 자녀 출산에는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은 “월세가 대세라는 말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월세로의 전환은 무주택자 주거부담을 증대시키고 향후 생산인구 역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거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공급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성식 기자 newswatch@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