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인터넷커뮤니티
최근엔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몇 해 전, 한 일간지 칼럼에서 어떤 작가가 이사를 간 건물 앞에 쓰레기가 쌓이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효과를 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사 간 곳 어느 골목에 CCTV를 설치했다는 문구와 함께 문제적 인물을 크게 붙였다. 속이 불편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 날부터 쓰레기가 깔끔해진 것이다. 각자 자기 집 앞에 깨끗하게 묶은 쓰레기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사무실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나왔다. 자발적으로 치우기 시작했다고 믿는 파와 감시가 작동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파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문을 열고 나가는데 연립주택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엉망진창이었는데 덕분에 쓰레기가 많이 줄어서 고맙다고 한다. 나는 쓰레기 열사가 되고 말았다.’ 

예전에 차를 몰다 경찰의 함정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잦았다. 경찰관이 도로 곳곳에 숨어 주행 차의 속도를 재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집으로 교통범칙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그래서 경찰이 단속을 했을 법하다. 이젠 그런 도로 감시 역할을 수많은 CCTV가 하고 있다. 

CCTV는 교통용·산업용·교육용으로 생활 곳곳에 설치돼 있고,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고 특정 범죄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를 하는 순기능이 있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 출처 불명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하루 평균 83회 CCTV에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생활 속에서 감시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CCTV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식이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보려고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CCTV 영상은 비공개 대상으로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볼 수 없었다. 학부모의 강한 요구가 있으면 수사관에 따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경찰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요청하면 정보공개 청구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수사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런 조치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엔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 측에서는 수술실 내 CCTV가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환자들은 동의를 받지 않은 의사나 무자격자가 수술을 대신하는 행위, 성희롱 등 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올 7월 한 여론조사에서 일반 성인의 73.8%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의료계는 “일부 의사의 일탈을 근거로 감시장치를 두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반박한다. 환자의 민감한 부위가 찍힌 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수술 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위험한 수술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커져 결국 환자에게 손해라는 주장을 편다. 2018년 경기도의사회의 설문에선 78%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사고가 잇따르고 환자의 불안감이 커지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은 2018년 10월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부터 6개 공공병원에서 CCTV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이뤄진 수술 3853건 중 환자가 촬영에 동의한 비율은 약 67%(2569건)이다. 전북에서도 도내 공공 의료기관 3곳에 수술실 CCTV가 설치됐다.

해외에는 아직까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상당수는 설치를 원하고 있다. 최근 편도 수술 사고로 여섯 살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가 “의료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고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민청원 답변에서 “숙고 과정에 있다”며 입법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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