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후계자’ 장남 김동관 유력…그룹 미래 전략 지휘
차남 김동원, 금융 디지털 혁신 이어 글로벌 사업 총괄
호텔·유통서 로봇까지…삼남 김동원, 포트폴리오 확대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불꽃’에서 시작됐다. 다이너마이트 국산화로 한국 화약 산업 발전에 앞장선 한국화약주식회사가 그룹의 모태다.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은 1952년 회사를 설립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 이념으로 내세웠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조국 재건과 근대화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실제 한화는 화약 사업을 토대로 국가 기간 산업을 견인하며 정부와 함께 성장해왔다. 그룹 명칭은 1992년 변경했다.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다. 세계 무대로 보폭을 넓힌 한화는 김승연 현 회장의 바통을 잇는 3세대 경영을 준비하며 황금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화는 오는 9일 창립 71주년을 맞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리조트 전무.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리조트 전무. 사진=한화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는 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김승연 회장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그룹 모태 사업인 방산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에너지·소재 부문을 맡기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리조트 전략부문장(전무)에게 각각 금융, 호텔·유통 부문을 나눠줬다. 사실상 교통정리는 끝난 셈이다. 지난 2월 김 사장의 승진, 한화갤러리아 인적 분할을 통한 김 전무의 독자 경영 신호탄이 사업별 승계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김 회장의 후계자로 향후 한화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는 김 부회장이 유력하다. 장자의 정통성은 물론 부친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혁신 DNA를 물려받았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성장한 태양광 사업과 육해공 종합 방산 기업 도약의 발판을 만든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김 부회장이다. 이로써 사업군 체질 개선,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등 그룹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의 승계 속도도 빠르다. 지주사격인 ㈜한화 부회장 직함 외에도 한화솔루션 부회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2010년 1월 한화그룹 회장실 직속 차장으로 입사한 뒤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영업담당실장·전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부사장 ▲한화 전략부문 부문장, 한화솔루션 부사장 ▲한화솔루션 사장 등을 거치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과 궤도를 같이 했다. 특히 지난해부턴 ㈜한화 이사회에 합류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차남 김 사장은 금융 사업에 매진해 왔다.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으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금융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선임돼 한화생명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의 글로벌 사업도 총괄한다. 관련 계열사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캐롯손해보험 등 7개다. 김 사장이 몸담고 있는 한화생명이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한다.

승계는 한화저축은행 처분에 따라 마무리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동시에 승계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한화저축은행은 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모회사인 한화글로벌에셋의 지분 100%를 한화솔루션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경영을 김 부회장이 맡고 있는 만큼 김 사장으로선 한화저축은행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계열사 편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그룹 본사. 사진=한화
한화그룹 본사. 사진=한화

승계 절차에 뒤늦게 합류한 삼남 김 전무도 사업을 확대하며 보폭을 맞춰가고 있다. 2020년 12월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재입사한 뒤 이듬해 한화호텔&리조트 상무와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맡아 경영 무대를 넓혔고, 복귀 2년 만인 2022년 10월 한화호텔&리조트 전무로 승진했다. 그해 11월엔 조직 개편으로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을 맡게 됐다. 갤러리아 부문은 올해 인적 분할되면서 김 전무의 홀로서기를 뒷받침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먹거리 사업인 이베리코 상품 출시, 미국 3대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로 알려진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은 김 전무가 주도한 신사업이다.

최근엔 그룹에서 미래 먹거리로 삼은 로봇 사업의 운전대를 잡았다.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사업부 가운데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신설된 로봇 전문기업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부문 총괄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김 전무가 맡고 있는 유통 부문이 다른 형제들 중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막내 챙기기’로 해석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 지분은 ㈜한화가 68%, 한화호텔&리조트가 32% 보유한다.

세 형제의 승계 관건은 그룹 내 지배구조 정점인 ㈜한화의 지분 확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김 부회장(4.91%), 김 사장(2.14%), 김 전무(2.14%)가 보유한 지분은 총 9.19%로 지배력이 높지 않다. 따라서 최대주주인 김 회장(22.65%)의 지분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향후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2대 주주인 한화에너지(9.70%)는 가족회사다. 세 형제가 50%, 25%, 25%씩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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