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성공으로 확인된 경영 능력, 미래 먹거리에 올인
방산 사업 재편, 우주 사업 지휘…김승연 회장과 닮은꼴 혁신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불꽃’에서 시작됐다. 다이너마이트 국산화로 한국 화약 산업 발전에 앞장선 한국화약주식회사가 그룹의 모태다.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은 1952년 회사를 설립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경영 이념으로 내세웠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조국 재건과 근대화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실제 한화는 화약 사업을 토대로 국가 기간 산업을 견인하며 정부와 함께 성장해왔다. 그룹 명칭은 1992년 변경했다.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다. 세계 무대로 보폭을 넓힌 한화는 김승연 현 회장의 바통을 잇는 3세대 경영을 준비하며 황금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화는 오는 9일 창립 71주년을 맞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 세일즈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 참석해 한화 통합 전시관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직접 자사 주력 제품을 소개했다. 사진=한화오션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 세일즈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지난 9월 5일(현지시각)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 참석해 한화 통합 전시관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직접 자사 주력 제품을 소개했다. 사진=한화오션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한화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 분야는 ▲방산 ▲친환경 재생에너지 ▲우주항공 ▲로봇으로 정리된다. 그룹의 모태인 방산 사업과 캐시카우로 부상한 태양광 및 청정수소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로봇 분야를 전략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게 미래 전략의 골자다. 컨트롤 타워 역할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 성공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그룹의 방산 사업 구조 재편 추진 및 우주 사업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 운영, 로봇 사업 투자 등 신사업 전 분야에 걸쳐 관여하고 있다.

전망은 밝다. 김 부회장이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차기 총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김 부회장의 최대 실적으로 꼽힌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되면서 ‘한국판 록히드 마틴’을 꿈꾸던 김 회장의 오랜 숙원을 실현하게 됐기 때문이다. 록히드 마틴은 미국 방산 기업으로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위사업체로 불린다. 대우조선해양은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 역량까지 갖춘 조선사다. 지난 5월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한화오션 출항으로 한화의 방산 부문 사업 구조 재편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사업 핵심축은 한화디펜스(흡수합병)와 ㈜한화 방산 부문(인수)을 통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방산 세일즈에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9월엔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가 열리는 폴란드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한화 통합 전시관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자사 기술력으로 만든 잠수함 등을 설명하며 현지 수주 활동에 힘을 보탰다.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4월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통합사 출범을 기념한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방산 및 우주 사업을 주도한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4월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통합사 출범을 기념한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방산 및 우주 사업을 주도한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는 우주 사업도 주도한다. 지난해 12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서 입찰 공고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서 체계종합기업으로 최종 선정돼 누리호(KSLV-II) 3차 발사를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친 추가 발사를 주관한다. 이를 위해 항우연에서 보유한 기술 및 운용 노하우를 한화가 전수받게 된다. 결국 한화는 발사체 기술력을 확보한 유일한 민간 기업일 뿐 아니라 향후 국내 우주 개발 및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에서도 독보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발판 삼아 우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우주수송’에서부터 ‘인공위성’과 ‘우주탐사’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국내 최초 ‘우주산업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 자회사도 동원된다. 한화에어로가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우주수송을 전담하고,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인공위성을 통한 위성체 및 위성서비스를 맡는다. 향후 정부가 제시한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로드맵에 따라 우주자원활용, 소행성 및 달 탐사 등 우주탐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사업 전반은 스페이스 허브가 지휘한다. 스페이스 허브는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우주 사업 기능을 결합한 협의체로 2021년 3월 출범했다. 출범을 주도한 김 부회장은 당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 산업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개발에 나서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한 바 있다. 그는 팀장직을 수행하며 그룹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 한화에어로는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생산시설) 설립에 약 5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부지는 전남을 우주발사체 특화 지구로 선정한 정부 정책에 따라 순천으로 선정한 상태다. 인원 제한 없는 대규모 채용도 진행 중이다. 경력직의 경우 상시 채용할 계획이다.

그룹 안팎에선 우주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김 부회장의 굳은 의지를 꼽는다. 김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사업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회장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혁신 DNA가 김 부회장에게 이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개최된 한화에어로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우리 모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한화그룹을 만들자”고 말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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