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에 “임대 계약 만료…사옥서 나가라”
최태원 회장 어머니 故 박계희 여사가 일군 미술관 계승 ‘상징적’ 의미에 여러 해석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소미연 기자] ‘아트센터 나비’는 국내에서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해온 미술관이다. 전신은 워커힐미술관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어머니 고(故) 박계희 여사가 1984년 쉐라톤 워커힐 호텔 컨벤션센터 안에 개관해 1997년 타계하기 전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미술관은 며느리인 노소영 관장이 물려받았다. 노 관장은 직무대행을 맡으며 박 여사의 빈자리를 채워오다, 2000년 SK그룹 본사 역할을 하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4층)으로 이전하면서 재개관과 함께 관장직에 올랐다. 이름과 운영 방향은 달라졌지만 SK의 그늘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아트센터 나비’가 짐을 싸게 된 것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14일 미술관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으니 미술관 공간을 비워달라는 얘기다. 실제 계약은 2019년 무렵 종료돼 4년여 동안 불편한 동거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소유주인 SK리츠(SK위탁관리부동산)에 임차, 그간 아트센터 나비에 임대해왔다. 계약상 미술관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법적 공방도 치열해지는 형국을 띠게 됐다. SK이노베이션과 아트센터 나비 간 송사이지만 양측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혼 소송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노 관장과 협의 이혼에 실패하자 2018년 2월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이에 노 관장이 맞소송(반소)을 제기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외에도 노 관장이 최 회장과 동거인에게 각각 제기한 SK주식 처분금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계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의 아트센터 나비 퇴거 요청이 최 회장의 맞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언론에 배포하며 유감을 표시한 지 불과 한 달도 안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청구가 이뤄져서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28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왔느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 관장의 사실관계 왜곡, 지속적인 인신공격을 비판했다. 결국 최 회장의 입장 전환이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추진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은 최 회장의 격노를 추측 가능하게 한다. 미술관의 상징성 때문이다. 어머니 박 여사의 유지를 잇는 차원에서라도 아트센터 나비의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법하다는 것이다. 물론 SK 측은 소송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법인(SK이노베이션) 대 법인(아트센터 나비)의 송사를 개인사로 묶어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시점상 이혼 소송의 한 종류로 해석돼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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