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이례적 배포…"사실관계 왜곡, 여론 호도로 인격 침해"
동거인에 대한 손배소 시효 소멸, 부정행위 자체도 성립 안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이 여론전으로 확대됐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이 여론전으로 확대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소미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낮은 자세를 유지해왔다. '정당한 법적절차'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 관장의 어떠한 주장에도 대응을 자제했던 것이다. 하지만 1심 선고 이후 입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1심에서 패소한 노 관장이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언론에 배포하는 등 인신공격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이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28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는 노 관장의 과도한 위법행위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1심 판결에서 판단이 이뤄진 사항까지 일방적인 주장으로 선고 결과를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잘못된 선입견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했고, 항소심을 앞두고서도 "재판부와 이해관계가 있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부를 변경하는 변칙적인 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소송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게 최 회장 측의 토로다.

침묵을 깨게 된 결정적 사건은 이후에 발생했다. 노 관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게 도화선이 됐다. 김 이사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이다.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30억원을 청구한 노 관장은 부부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위자료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15년 언론을 통해 김 이사장과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노 관장과 성격차로 이혼을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최 회장 측은 "동거인에 대한 손배소를 제기하는 동시에 미리 준비해 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보도자료라는 형식을 빌어 무차별적으로 배포된 내용은 확인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하고 편집해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불특정 다수에게 그 내용이 진실인 양 알려지도록 해 개인의 인신과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도 최 회장 측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노 관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할 수 없더라도 손배소 제기 시점이 시효를 지난데다 내용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점, 이미 이혼 소송을 통해 상당 금액을 최 회장으로부터 받게 된 상황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근거로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노 관장이 승산 없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 여론전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목적으로 해석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선 재판에 압력과 영향을 미치려는 악의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노 관장은 1심 선고 이후부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 관장이 청구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에 1심 재판부가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금액을 판결하면서다. 재판부는 청구된 위자료 3억원에서 1억원을, 재산분할 5167억원에서 665억원을 인용했다. 이에 노 관장은 항소했고, 최 회장 역시 맞항소를 제기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에서 사건을 심리 중이다. 첫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의 손배소 내용은 불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하므로 그 진위를 따지기 전에 인정될 수 없다"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비록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이혼 소송이 제기된 날 이후에는 배우자 일방은 부정행위 상대방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히 확립된 법리이다"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이혼의 반소를 제기한 2019년 12월4일 이후부터는 부정행위 자체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미연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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