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바쁜 현대인들에게 뉴스는 흘러가는 소식과 같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뉴스가 나와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 <뉴스워치>에서는 이번 주에 지나간 뉴스 중 지나칠 수 있는 정보를 상기하고자 기획 코너 [Re워치뉴스]를 마련했다.

[뉴스워치= 정호 기자]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력감축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채권 시장 경색 등으로 104조6000억원을 더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투자은행업계가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사의 50여개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소식도 들려왔다. 기업들의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인원 감축에 무게가 실린다.

◆ 4대 시중은행 이달 중 희망퇴직 완료

4대은행을 중심으로 연초 희망퇴직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와 일각에서는 일자리 상실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조직 활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사진 =각 은행들
4대은행을 중심으로 연초 희망퇴직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와 일각에서는 일자리 상실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조직 활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사진 =각 은행들

주요 시중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기준으로 만 15년 이상 근무했거나 만 40세 이상의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3일부터 9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별퇴직자로 선정된 사람들은 직급, 연령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평균임금을 받게 된다. 또 1968년~1970년생 대상자에게는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과 전직 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만 44세 이상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한은행은 부지점장 이상에게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지만 올해에는 그 같은 제한을 없애고 만 44세 이상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1980년 생 이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KB국민은행도 만 50세부터 55세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와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은행권의 인력 감축이 영업점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은행 점포 수는 지점 29개, 영업점 1개 등 총 30개 점포가 폐쇄됐다.

그러나 은행권은 단지 점포 축소에 따른 인력감축 외에도 정부 차원의 고용정책 부응, 핵심인력 확보와 조직 활력 유지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소비심리 위축 발 유통사 ‘희망퇴직’ 도미노 

유통업계가 차례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어려운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가 차례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어려운 현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리·원재료 가격 인상로 인한 물가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유통업계가 올해도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 지수가 전월 대비 1.8% 하락하며 3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소비량 떨어진 물품으로는 가전제품, 가구, 의복, 신발, 화장품 등이 있다.

소비심리 위축은 유통업계의 희망퇴직으로 이어졌다. 롯데면세점은 전체인력 중 15%인 160여명의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다.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25개월치 통상임금과 일시금 2000만원 씩을 지급한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부터 점포를 정리하며 시작된 희망퇴직이 올해도 이어졌다. 희망퇴직은 10년 차 이상 혹은 5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4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 12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푸르밀과 주류업계에서는 먼저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사업 철수에서 인원 30% 구조조정으로 향후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를 두고 푸르밀을 매각할만한 업체를 찾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는 15년과 20년 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각각 34개월치, 40개월치 통상임금을 지급하고 1년 동안 대학생 자녀 학자금과 최대 5억원의 창업지원 대출을 지원했다. 그보다 앞선 2022년 9월 오비맥주는 10년·5년차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각각 24개월치, 34개월치 위로금이 지급됐다. 주류업계는 복지와 인력 선순환 차원이라고 의도를 밝힌 바 있다.

◆ 대기업도 칼바람 '쌩쌩'…실적 악화 직격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들의 빌딩.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들의 빌딩. /사진=연합뉴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속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인력 감축 카드를 꺼냈다. 대신 정리해고가 아닌 희망퇴직, 자율휴직 권고와 같은 방식을 택하며 강도를 낮췄다. 내부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의 가시적인 고용 성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LG그룹에선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LG전자에서 지분 100%를 보유한 하이프라자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전환 배치를 공지했다. 임직원들의 희망에 따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력과 배치의 효율화를 강조했지만 실적부진에 따른 인원 감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조2093억원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내 적자 해소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에선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198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여간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 회사 측도 이번 희망퇴직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에선 지주사 ㈜한화의 모멘텀부문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한화정밀기계 및 유관 회사를 인수한데 따른 사업 재편에 인적 쇄신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 전략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측은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해왔다는 점을 피력하며 특별한 이유나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내 1위 해운사 HMM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해 매출액 13조7941억원, 영업이익 7조377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인원 감축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회사 측은 손사래를 쳤다. 조직 분위기 쇄신, 경영 효율성 증대가 이번 희망퇴직의 목적이라는 것. 올해 해운업계 침체 전망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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