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임금·운송료 부담 속, 파업까지
시멘트 들어와야 공사하는데, 현장 56% 제동
업무개시 명령 첫 적용, 묘수 일지 '미지수'

[뉴스워치= 정호 기자] 원자재·임금·운송료가 전부 인상된 가운데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을 전개하며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골조 공사 현장은 시멘트가 들어오지 못해 다른 공정을 진행하는 중이지만 미봉책일 뿐이라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지난 28일 정부와 화물연대는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국 의견 합치가 되지 않아 무산됐다. 서로 간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수를 뒀다.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벌크시멘트트레일러(레미콘 운송 차량) 업자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사진=연합뉴스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사진=연합뉴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시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재개되어 건설현장의 반 이상이 마비되는 등 악화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뜩이나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에 부담이 커지는데 시멘트가 들어오지않아 작업까지 중단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초 골조 작업을 진행할 때 외벽에 시멘트를 쌓아야 하는데 물량 부족으로 마비된 현장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출고량은 지난 25일부터 전국 912개 건설현장 중 둔촌주공을 비롯한 508개(56%) 현장이 파업으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시멘트 출고량은 평시 대비 약 90%·레미콘 생산은 약 80~90% 감소했다.

현재는 다른 공정으로 일정을 돌리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 시 장비 대여금과 인력 지출 비용 부담을 가중한다.

시멘트는 철도와 운송 트럭을 통해 레미콘에 납품한다. 이중 파업에 동참한 화물연대가 소속된 시멘트운송트럭의 비중은 1/3정도다. 이는 추정치일 뿐 화물연대 외에도 실력행사를 위해 타업체 운송기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토교통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29일 시멘트업계 209개 운수사, 약 2500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2004년 만든 이후 처음으로 적용했지만, 집단운송거부를 해결할 묘수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화물연대가 업무개시 명령이 송달된 이후 차일 24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지 않을 시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비롯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화물연대는 이번 시위를 통해 ‘안전운임제’의 정착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안전운임제는 운송 근로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해 근로 여건 개선과 안전 확보를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시행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임시책) 폐지하고, 강재·자동차·택배로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는 것이 본 시위의 골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골조 공사를 진행해야 차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 분양 일정과 원자재가격 부담 인상 등을 걱정하면 죽을 맛이다”라며 “현재 상황을 보더라도 정부와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업무개시 명령을 따를지는 의문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특히 둔촌주공은 지난 25일부터 골조 공사가 마비되며 사업에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둔촌주공은 지난 10월 말 사업비 차환 문제로 시공 사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극적으로 차환에 성공한 바 있다. 돈춘주공 시공사업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다.

앞서 둔촌주공 재개발 사업은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 사이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생긴 마찰로 인해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된 이후 가까스로 재개된 바 있다. 공사 중단, 사업비 차환문제에 이어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했다.

배선과 창호를 비롯한 타 공정으로 공사 진행을 넘겼지만,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활하게 공사가 이뤄지질 지는 의문을 키운다. 이는 준공과 입주 시기를 더욱 늦출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 좀 숨통 좀 트이나 싶었는데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려 이 정도면 마가 껴도 단단히 낀 것”이라며 “이제 잡음이 좀 사라졌다고 싶은 시점에 제동이 걸려버리니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그저 빠르게 상황이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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