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이른 바 이번 '카카오 먹통' 대란의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하는 카카오 대표의 사과 메시지는 간결했다. ‘매출과 수익만을 추구하는 데 급급했다’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 ‘ 시스템 이중화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 하겠다’ 여기에 보상 문제까지 더해져 어쩌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는 다 나온 듯하다. ‘매출과 수익 추구에만 급급했다’는 솔직한 자기반성이 있었고, 그저 자리에서 물러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현실적인 보상문제까지 챙겨나갔다. 소상공인 보상 문제나 복구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점 등 해결방안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자기반성과 대안마련이 뒤따르는 모습이 여느 정치권의 모습과 사뭇 대비되었다.

정치권에도 자기반성의 사과 방정식을 곧잘 따르곤 한다. ‘잘못’ ‘반성’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정치권 메시지로 등장하고, 정치인 스스로도 ‘잘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왜 카카오의 방정식과는 다른가? 바로 스스로의 치부를 건드리는 진솔함이 빠졌기 때문이다.  기업이 매출과 이익에 매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번처럼 본인들의 실수로 전 국민이 피해를 입은 사건 앞에서 그 치부를 스스로 고백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정공법을 택했다. 어차피 모든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데이터 이중화를 위한 투자 보다는 신사업 등 수익 창출에 매진하며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다른 핑계를 대며 사과를 했다면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은 빤히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을 숨겨가며 반성하는 척 하는 것과 같아지는 것이다.

그저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인의 사과와 책임에 있어 ‘사퇴’ 는 책임의 최대치로 여겨진다. 물론 직을 내놓고 사퇴하는 것 또한 ‘어느 자리’를 사퇴하는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위원회의 간사 정도의 직을 던지면서 마치 매우 대단한 결심을 하고 사과와 책임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이러한 경우는 차치하고,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장관 직을 걸고 사과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라, 본인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들이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사퇴’로 모든 책임을 종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발단이 된 문제를 사퇴 이후에도 낮은 곳으로 돌아가 살피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는 이들은 극히 드문 듯 하다. 정치권과 기업의 생태계가 다르다 하지만, 누구 하나 기업의 대표처럼 정당을 여기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한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카카오 먹통 대란의 근본적인 문제와 대안은 어쩌면 자명하다. 데이터 시스템을 이중화 하는 것. 정부 차원에서도 법제화하여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데이터 이중화를 의무화 하도록 하겠지만, 스스로 인력과 돈을 투입하겠다는 카카오의 대처는 바람직하다. 사실상 지금의 범 국가적인 시스템의 카카오를 만든 데에는 국가 책임도 있다. 정부가 카카오에게 백신접종 기록과 이동정보를 넘겼다. 민간 기업 하나 먹통 되었을 뿐인데 국가적 사이버 안보 회의가 소집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사태가 카카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본인들의 실수와 잘못에 집중했고, 그걸을 해결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았다. 늘 남탓을 먼저하고 자신들의 피할 구멍을 찾아놓는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람도 기업도 실수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이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주의자라고 할까. 살면서 실수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할까. 기업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고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 인간이 모여 만든 집단이 기업일 텐데, 사람이 실수하듯 기업도 실수한다.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다음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성패는 달려있다. 몇 년 살다 죽을 인생 아니고, 몇 년 하다 끝낼 기업이 아니라면 본인이 실수하고 잘못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향후 수 십년 기업에게는 수 백년의 운명을 달리 할수도 있다. 한 개인이 한 기업과도 같은 정치인들은 특히 본인의 대처 능력에 따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물론 국가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사과의 방정식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해 보았으면 한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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