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박 전 대통령에게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동이 12일 성사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이던 지난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돼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또 윤 당선인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돼 사건을 지휘했으나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해 사실상 좌천되면서 박근혜 정부 때 한직을 맴돌았다. 당시 윤 당선인이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 간의 구원(舊怨)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을 받았으며 최근 입원 치료를 마치고 대구 달성의 사저로 내려가 지내고 있다. 대선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 참석’ 요청, 朴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 이후 지속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회동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결국 이날 오후 대구 달성의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회동이 성사됐다. 회동에는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은 그를 만나 옛 악연을 완전히 털어내야 보수층 지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옛 악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배석자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직을 시작하면 박 전 대통령께서 재임 중에 했던 일들을 섬겨서 잘하고 업적에 대해서도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도 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 지도 배우고 있다”며 “당선되고 나니까 걱정돼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이렇게 무겁고 크다. 정말 사명감이 무섭다”며 “일단 건강을 많이 챙기시라”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격무고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윤 당선인은 “건강이 허락해주시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 그렇지만 지금 건강 상태로서는 조금 자신이 없다”며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까 노력해서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다”고 답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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