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정부가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등 세금으로 옥죄고 주택 공급 신호를 강조하며 곧 떨어질 테니 매수에 신중하라고 경고를 날려도 집값은 계속 오른다.

10월 중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평균 12억1639만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5억 원대에 머물렀던 것이 2배 넘게 상승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 주택공급 부족을 틈탄 투기 바람이 불고, 실수요자들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에 불안감을 느껴 많은 빚을 내면서까지 집 구매에 나서며 연쇄적 가격 상승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집값이 1억원 오를 때마다 가처분소득은 연간 300만원씩 감소한다. 서울시 평균인 12억원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관리비를 포함한 비용이 연 몇 천만원을 넘어섰다.

‘누구는 열심히 일하고 대출받아서 산 집인데 누구는 싸게 들어오면 열 받는 게 당연하지. 돈 없으면 억지로 서울 신축 들어오지 말고 수준에 맞는 곳에 살아라.’

최근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이 이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사업 때, 임대주택을 더 짓겠다고 하면 용적률을 높여준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다. 그런데 많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용적률 혜택을 받은 뒤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누가 봐도 차이가 나도록 짓거나 아파트 경로당을 따로 분리시켜 놓는다.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경우 용적률을 300%까지 올릴 수 있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연면적이 많아져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임대주택을 지으면 일종의 인센티브를 받는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전격 도입한 ‘임대차 3법’은 전세 품귀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해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와중에 주거 안정을 실현하고자 시작된 민간임대주택사업이 본래 기능을 잃고 변질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03년에 처음 도입된 ‘소셜믹스’라는 주택정책은 아파트단지 내에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함께 조성해 경제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소셜믹스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간의 임대주택 정책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득이 괜찮은 사람들은 입주를 꺼려했다. 거기다 임대주택 대부분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심 외곽에 지어지다 보니 입주자들은 출퇴근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도록 하자는 것이 소셜믹스 아파트의 목적이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방향을 올바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정책에서나 크고 작은 문제점은 있게 마련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입주자들이 임대 입주자들에게 단지 내 편의시설 사용을 제한해 종종 갈등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셜믹스는 용적률 인센티브로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윈윈’ 방식임에도 실제 입주 후 분양세대와 임대세대 간 차별로 논란이 돼 왔다. 임대 가구를 저층에, 분양 가구를 고층에 배치하고 입구·엘리베이터·비상계단 등을 분리하거나 임대주택 동을 분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아예 외관을 다르게 만들거나 외벽 색깔을 다르게 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앞선 사례와 같은 부작용이 불거지자 최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앞으로는 신규 택지 민간 분양 아파트 단지에서는 동·호수 구분 없는 소셜믹스 방식으로 공공임대를 제공키로 했다. 건설사가 임대주택을 파악하지 못해 마감재나 외벽 도색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방지하는 셈이다.

오스트리아 주거복지의 상징은 빈에서 노동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은 임대주택이다. 1930년대에 이미 세탁기가 구비된 공동 세탁 시설이 있었고 의료 시설과 식료품점, 회의실과 도서관을 갖췄다.

단지 내 시설에서 아이들의 저녁을 챙겨주기 때문에 부모의 퇴근 후 시간은 한결 여유롭다. 집이 크다고 할 순 없지만 3, 4인 가족에게 얼마만큼의 공간이 필요한지 그릇 수까지 계산에 넣은 여성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 덕분에 매우 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꿈의 주택은 1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거뜬히 제 기능을 한다.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그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지속적이면서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묘안을 찾아야 한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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