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선심성 재정지출로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고령층에 필요한 것은 공공근로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청년층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실업수당이 아니라 꿈을 펼칠 기회다. 

다행스러운 것은 재계 총수들이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향후 3년 동안 17만9000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것을 정부와 약속했다.

이번 정부는 고용통계 발표 때마다 “고용이 늘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월 고용통계와 관련해 “취업자 수가 코로나 충격 발생 이전 고점 대비 99.9%”라며 자화자찬하고 '뚜렷한 고용 회복세'라고 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체적으론 취업자가 늘었지만,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대폭 감소해 산업별로는 가장 많은 일자리가 줄었다. 자영업자 수는 11만4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작된 자영업자의 고통은 코로나19 사태로 더 커졌다. 

상대적으로 양질인 제조업 일자리는 16만7000명 줄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30대와 40대의 취업자 수는 각각 38만4000명, 26만2000명 감소했다. 경제의 핵심인 허리계층이 두 동강 나 버린 셈이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일자리가 여전히 혹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60세 이상이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재정에 의한 급조된 일자리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민간 일자리의 부진을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 일자리가 채우는 상황인 것이다.

엉터리 일자리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다. 5년간 일자리 예산 120조원을 투입했으나 금방 없어질 단기 공공알바 일자리 450만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대통령이 매일 점검한다고 홍보했다. 일자리 상황판으로 말미암아 공무원들은 올바른 정책보다는 숫자놀이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통계청이 전·월셋값 상승률을 집계할 때 조사 대상으로 삼는 가구 수가 전국적으로 1만 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148만 5000가구의 0.05%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서울도 표본 수가 1879가구(0.047%)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KB국민은행(3만6300가구)이나 한국부동산원(4만6170개)보다 표본 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통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집권 4년간 86% 올려놓고는 시세는 17% 올랐다고 계속 강변한다. 부동산 통계 왜곡은 정책 신뢰도와 직결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 장담과 거꾸로 가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할 정도로 부동산 정책 불신이 심각하다.

정부가 집값 통계로 쓰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오류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고작 17% 올랐다던 부동산원은 지난 7월 표본을 두 배로 늘렸더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만에 1억8000만원, 19.5%나 급등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집값 폭등 원인인 공급 실패를 덮을 생각에 지난 7월 대국민 담화문에서 올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과거 10년의 평균 수준이라는 통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통계청의 통계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통계임이 드러났다. 핵심인 아파트 외에 단독·다세대 등까지 포함시킨 ‘주택’으로 넓혀 공급 수치를 부풀린 것이다. 

현 정부에선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현 정부 출범 초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통계가 나오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통계청장에 앉혔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최근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65%가 구직 실패에 지쳐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정부의 허점투성이 논리는 급한 대로 입맛에 맞는 통계만 끌어다 쓴 결과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통계 왜곡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일자리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수차례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정답을 이미 제시했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기업들은 알아서 채용문을 활짝 연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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