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안동보건소에서 노인요양시설인 애명노인마을 이상국 사무국장이 경북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6일 안동보건소에서 노인요양시설인 애명노인마을 이상국 사무국장이 경북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사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면역을 위한 국내 첫 백신 접종이 26일 시작됐다.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우환 폐렴 확진을 받은 중국인이 격리 치료중임을 알린 뒤 꼭 1년 1개월 여 만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을 발판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한달 후 국내 확진자가 1766명으로 집계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번져 나갔다. 이날 시작된 백신 접종은 전국의 5803개 요양병원.시설에서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28만 948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6일 하룻새 전국 213개 요양시설에서 5266명의 입소자.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았다. 1년 여 동안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 등을 감내했던 국민들의 입장에선 이날 접종으로 일상회복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실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해 당국은 1호 접종자를 특정하지 않고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되는 날에 의미를 더 두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적으로 1호 접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힘든 여건에서 상생의 힘을 보탠 주민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서 백신을 가장 처음 맞은 접종자는 이경순(61) 요양보호사였다. 이 보호사는 “1년동안 코로나 떄문에 불안했는데 맞으니까 안심이 된다”며 ”다른 주사를 맞을때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사용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면마비, 사망 사례 등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아나필락시스의 경우는 피부나 호흡기, 소화기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니 당국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2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이 도입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등 143개 기관, 5만 4498명에게 공급된다.

이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 다를 것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의료진의 헌신 등 국민들의 희생으로 K-방역의 위상을 만방에 알렸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지역상권은 몰락을 가져왔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물론 앞으로 경기 부양책으로 4차 재난지원금, 추경 등이 있지만 백신 접종은 이제 새로운 희망이 될 수 밖에 없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OECD 국가 중 접종 순위에서 막차를 탄 셈이지만 국민 불신을 접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는데 희망을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된 백신 접종에서 전 국민의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머나 먼  길을 가야 한다. 방역당국에서 백신 접종 로드맴을 정해 놓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불확실하고 우려되는 상황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백신 이송 과정에서 문제를 노출시켰다. 제주도로 향하던 중 적정 온도를 이탈해 되돌아온 백신은 수송용기 내 냉매가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 당국이 즉각 사과와 함께 수습에 나섰고 2~8도에서 보관, 유통해야 했던 백신이 1.5도까지 떨어져 냉매 안정화 작업에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독감 백신이 상온에 일정기간 노출되면서 논란을 키웠던 점을 기억하면 백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화이자 등 다른 백신은 유지해야 하는 온도가 예민한 만큼 온도 이탈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또 다른 우려는 백신 확보과정에서 일었던 잡음을 털어내야 한다. 집단 면역 형성이라는 대의 앞에 일각에서 제기됐던 백신에 대한 불신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백신 신뢰도를 부정하는 응답이 20%를 상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정성 입증 등 불안 요인을 덜 수 있는 당국의 적절한 대응도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점은 외국발 변이 바이러스다. 이에 대한 보완책과 함께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형식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한다.

방역당국에서는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을 뒤로 미루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백신 예방 접종을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개편안은 거리두기를 단순화하고, 운영 제한보다는 책임을 강조하는 쪽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백신 접종은 앞으로 사회적 위상까지 바꿔놓게 될 것이다. 이에 당국은 방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지만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역 수칙 마련에도 진력해 일상복귀에 한 걸음 다가가는 단초를 제공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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