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정부의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해 “임대 비율 47%인 서울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정부가 서울 마포구 공공부지를 신규 택지로 발굴하고 상당 부분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자 내놓은 반응이다. 

‘소셜 믹스(social mix)’라는 생소한 개념이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방안 발표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강남 부자동네 재건축 단지들이 소셜 믹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임대주택을 넣어서 재건축을 하느니 차라리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조합원 분담금을 늘려 명품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셜 믹스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일반 분양과 공공임대를 함께 조성하는 걸 말한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소셜 믹스는 부자와 빈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어울리며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우리나라엔 2003년에 도입됐다.

그간의 임대주택 정책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득이 괜찮은 사람들은 입주를 꺼려했다. 거기다 임대주택 대부분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심 외곽에 지어지다 보니 입주자들은 출퇴근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임대 아파트를 가르는 조건은 명확하다. 소득기준이다. 공공임대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다. 전용면적 85㎡ 이하로 공급된다.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일정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며,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는 방식이다. 

소셜 믹스 아파트의 목적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방향을 올바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정책이나 크고 작은 문제점은 있게 마련이다. 같은 단지 안에 임대와 일반 동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입주자들이 임대 입주자들에게 단지 내 편의시설 사용을 제한해 종종 갈등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셜 믹스 아파트단지에서는 주민의사 결정과 단지 운영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분양 입주자와 임대 입주자 사이에 소송전까지 벌어졌다니 갈등의 골이 깊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셜 믹스로 자연스럽게 섞이길 바랐지만 어느 동에 사느냐로 경제력이 드러났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생겼다.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그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지속적이면서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택문제 해결의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묘안을 찾아야 한다. 

도심 요지에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거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믹스가 주택문제 해결의 좋은 한 방법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한 국회의원은 “소셜 믹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같은 아파트 안에 103호, 208호, 409호 이런 식으로 섞여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건축 단지에 임대 분을 넣으면서 동 구분 없이 섞어서 어느 집이 임대인지 모르게 하자는 것이다. 정책 당국과 재건축 조합이 귀담아들어 볼 제안으로 보인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15만 세대를 분양 10만 세대, 임대 5만 세대로 배분하되,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지 내에 전체 세대의 3분의 1 가량을 장기임대인 행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서 기존의 소셜 믹스가 갖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한 동의 아파트 안에 분양과 임대를 섞어놓는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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