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현대·대우·삼성 등 한국 조선 3사가 카타르에서 발주한 LNG 운반선 103척의 건조 주문을 싹쓸이 수주했다. 이번 수주는 기술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수주 금액은 23조 원으로, 2009년 21조 원 규모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는 선박 건조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4기를 수출할 정도로 원전 기술 면에서 세계 톱(top)을 달린다. 전 세계 430기의 원전 건설이 검토되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안전기준에도 유일하게 통과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탈(脫)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수출이 어려워졌다. 원전폐기를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는 수십 조 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만큼, 원전폐기의 폐해는 심각하다. 한번 폐기된 기술은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산업은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올해 말 신고리 5·6호기 납품을 끝으로 원전 부품사들의 일감이 끊긴다. 2016년 두산중공업에 납품하던 325개 부품사가 지난해 219개로 쪼그라들었고, 신규 계약 건수는 2016년 2836건에 비해 60% 이상 급감했다. 

원전 보조기기 공급업체 2000여 곳도 일감이 없어지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 친(親)태양광, 탈원전 정책이 중국 기업은 먹여 살리고, 국내 기업은 몰락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올 1~4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국내 수입액은 142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나 늘었다. 이번 정부에서 탈원전을 한다며 밀어붙인 태양광 육성이 중국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돌아온 것이다. 

태양광 패널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1, 2위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중간 제품 제조업체는 지난달 결국 상장폐지 됐다. 지난 3월 가동에 들어간 전남 해남의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는 100% 중국산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이 나오자 1년 만인 2012년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안전장치를 대거 보완한 3세대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원전 없이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신한울 3·4호기는 공정률 30%에서 중단됐다. 신한울 3·4호기만 살려도 정부가 2030년까지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전국 태양광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축구장 220개 면적의 국내 최대 태양광단지를 300개 세워야 만들 수 있는 전기를 단 2기의 원전만으로 생산 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터득한 원전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원전폐기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폐기를 의미한다. 원자력 기술 포기는 국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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