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 박 감독의 이 한 마디는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 박 감독의 이 한 마디는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요즘 말 때문에 설화(舌禍)를 겪는 유명 인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곤혹을 치른다. 잘못 내뱉은 말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생방송 TV 토론이 끝난 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출연자들과 나눈 가벼운 대화가 문제였다. 

정부가 얼마 전 22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발표하며 문제 해결에 나선 마당에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의 말이 정말 여당 의원에게서 나온 건지 귀를 의심케 했다. 

물론 토론 내내 정부 정책기조에 부응했던 발언 맥락을 보면, 진 의원 해명대로 ‘집값 하락’이라는 과장된 우려로 부동산 투기 규제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을 가능성도 있다.

전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대 남성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 이탈 현상을 두고 ‘군대 가야 하고, 축구도 보고, 게임도 해야 하니 여성보다 불리해서’라는 식의 취지로 발언해 문제를 일으켰다. 

20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역차별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상 20대 남성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가벼운 농담의 말이라도 상대를 가려서 해야 한다. 하물며 사용자와 고용인의 계약 관계로 형성된 건설 공사현장에서 오가는 부적절한 언어행위는 자칫 ‘갑질’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3시30분까지 집합” “늦으면 초당 1000원” “현장 퇴출할 1호로 선정한다” “억울하면 계약특수조건 봐라”. 건설 공기업 LH의 40대 간부 직원이 하도급 업체 현장 감독들에게 보내 말썽을 일으킨 카톡 문자다.

LH 직원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지만 평소 현장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작명(作名)의 힘은 엄청나다. 똑같은 사람, 사물, 현상을 놓고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상황을 호도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말장난을 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이 검찰 압수수색 전 연구실 PC를 빼내 숨긴 것을 두고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전’이라고 했다. 이후 재판에서 증거 인멸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권력의 말장난은 진실을 감추고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전 정권 뺨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자기편 아니면 쫓아냈다는 증거가 나왔을 때,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했다. 탈원전으로 한국 원전산업을 해체시켜 놓고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은 ‘불상 발사체’라고 한다.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절규를 ‘오해 가능성’으로 치부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흐리는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을 고집하다 뭇매를 맞고서야 ‘피해자’로 바꿨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베트남에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을 선물한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한국을 사랑해달라고 밝혔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 박 감독의 이 한 마디는 한국과 베트남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 감독은 외교관 수십 명 몫을 혼자서 해냈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품격 있는 언행을 보임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였다. 이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건 그의 연륜과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에게 물린 사람은 반나절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람의 말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라는 말을 듣는다.

올바르고 품격 있는 언어사용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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