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크로서울포레스트 3가구 모집에 26만여명 운집
- ‘로또 아파트 없어진다 VS 집값 열풍 더 심해진다’ 의견 갈려
- 업계전문가 “주택시장 주도권 쥔 무순위 청약, 갈수록 경쟁 치열해진다”

무순위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 분양하는 견본주택에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갈수록 강화되는 부동산 규제에도 전국 곳곳에 로또 아파트를 잡기 위한 이른바 ‘줍줍’ 광풍이 부는 등 분양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대림산업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숲과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무순위 청약에 26만명 넘게 몰리는 등 사상 최대 청약대란을 방불케 했다. 

특히 전용면적 97㎡ 1가구 청약은 경쟁률이 무려 21만5085명이 모였으며, 전용 159㎡ 1가구 모집에는 3만4969명, 전용 198㎡ 1가구 모집에는 1만4581명이 운집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청약통장을 보유한 사람(1508만4850명·올해 4월말 기준)들 가운데 약 50명 중 한 명꼴로 청약을 넣었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른 무순위 청약에는 현금부자와 20~30대 수요자들도 대거 뛰어들었다. 주택 소유 여부와 청약 통장 가점을 따지지 않아서다. 게다가 3년 전 분양 당시 가격으로 공급돼 당첨되기만 하면 최소 5억원 이상 시세 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용 97㎡은 3억5000만원의 현금만 있으면 시세 30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집값 매리트도도 무순위 청약열풍을 야기한 요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투시도. 사진=대림산업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서울포레스트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97㎡B(분양가 17억4100만원) △159㎡A(30억4200만원) △198㎡(37억5800만원)이었다. 계약금은 10%, 중도금 10%를 내면 된다. 

다만 입주 전 잔금(분양가의 80%)을 내야 하는 데 아파트를 내 것으로 만들면서 세입자에 전세를 주어 자금 마련의 부담을 더는 등 일거양득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9월까지 20% 분양금만 납부하면 2년 이내 수 억원의 단기 차익을 누릴 것으로 봤다. 97㎡의 경우 약 3억5000만원만 내면, 내년 5월 이맘때 등기권리증을 받고 바로 되팔아 시세 차익을 거둬들이는 셈.

실제로 아크로타워 서울 포레스트 근처에 있는 서울숲 트리마제 전용 84㎡ 매매가는 24억~30억원,  전용 152㎡은 36억~40억원을 호가한다. 

성동구 성수동 A공인중개사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트리마제와 비교해보면 전용면적 별 5억~10억원 가량 시세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도 지적된다. 초저금리 기조 아래 규제 조치가 늦춰진다면 언제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음을 최근의 분양 열기에서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실수요자 중심 주택마련이 아닌 투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순위 청약은 자격 미달에 따른 미계약 건이나 계약이 완료된 이후 회사가 보유한 일부 분양을 공급하는 경우를 말한다. ‘줍고 줍는다’는 의미로, 일명 ‘줍줍’으로 불린다.

서울에 거주한 지 10년 된 김 모 씨(32세·대기업 직장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크로 포레스트 청약을 신청했다”면서 “만약 붙으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전했다.

이어 “만약 나한테 기회가 온다면 부모님 힘을 빌려서라도 어떻게 든 물량을 잡겠다”면서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큰 돈 만져보기가 어디 쉽냐”고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강남과 가까운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 리버파크자이도 326가구 일반 분양에 3만 명 넘게 몰렸다. 최고 경쟁률 1천998 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 마감됐다.

GS건설이 시공하는 흑석리버파크자이도 최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32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1277명이 몰려 평균 95.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120㎡A 주택형에서 나왔다. 단 1가구 모집에 1998명이 몰려 1998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인근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수억원가량 저렴해 '로또 아파트'로 평가받았다. 지하 5층~지상 20층 총 1772가구(전용 39~120㎡) 규모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최근 GS건설이 대구 중구에 분양한 청라힐스자이 전용면적 84㎡ 2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4만3645명이 몰렸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줍줍 열풍이 전국 곳곳에서 불러온 것은 단기에 시세차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집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사려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지난 2017년 5월 문 대통령 출범 당시 1927만원에서 올해 4월 2970만원으로 54%(1043만원) 올랐다.

특히 성동구에 있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초고가 분양가를 경신하는 등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면서, 2017년 1970만원에서 3333만원으로 무려 71.7%(1412만원) 급등했다.

워낙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전세살이를 했던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대로 커졌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줍줍 청약으로 돈을 불리겠다는 포석이다.

40대 정 모씨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와 같은 집에 당첨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마찬가지 인데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 “당첨되면 알아서  부동산에서 연락올 꺼라고 본다”고 전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 분양시장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투자처라는 인식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계속되는 청약 과열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6대 광역시 2013~2019년 평균 ‘아파트 매매가’ 동향. 그래프=KB리브온

이에 일각에선 이번 줍줍 청약 광풍에 ‘집값 폭등’에 정부가 한 몫 했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집값이 지난 3년 간 가파른 속도로 오르다 보니 주택 수요자들이 3년 전 분양가에라도 잡으려 한다는 것.

정부도 집값 폭등을 의식해 집권 초기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 등 부동산 규제정책이 갈수록 고삐를 쪼이면서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매매 거래 자체가 어려워지자 결국 시세보다 낮은 무순위 청약시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며 “앞으로 무순위 청약시장은 갈수록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따른 풍선효과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갈수록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르면 분양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동산 시장 경제의 논리”라며 “결국 대출이 필요없는 현금 부자만 주택으로 이익을 벌어들이고 돈 없는 사람은 갈수록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분양가를 규제하면 건설사들은 서울이나 인기 지역에만 공급하게 된다"며 "결국 현금이 부족하고 대출도 막힌 서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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