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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MC칼럼] 다문화와 헤드스카프 사건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뉴스워치=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1989년 10월 파리 근교 크레이라는 곳의 가브리엘-아베즈(Collège Gabriel-Havez)라는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모로코 출신 여중생 세 명이 종교적인 이유로 수업시간에 그들의 ‘헤드스카프’를 벗으려 하지 않자 학교는 결국 이 학생들을 퇴학시켰다.

프랑스는 미국에 못지않은 이민 수입국으로 동화주의를 다문화정책모델로 삼고 있는 국가이다. 19세기 말 벨기에, 이탈리아 등 인접국을 시작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 이탈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서아프리카에서 이민을 받아들이는 등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하여 많은 이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북아프리카인들의 이민은 곧 프랑스라는 나라에 종교 문화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켰는데 바로 이슬람과 가톨릭문화의 충돌이다.

프랑스에서 일반적으로 공립학교는 일종의 성소(聖所)로 여겨져 누구나 종교적 복장을 하고 성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다. 1905년 당시 집권파인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국가와 교회의 분리> 법안이 채택됨으로써 국가는 어떠한 종교로부터도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교의 입장에서는 이를 종교탄압으로 이해하여 반발하였다. 헤드스카프를 쓰는 것은 신앙의 문제이며 이민을 왔다고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헤드스카프를 쓰고 안쓰고는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지, 정부가 간섭할 이유가 없다고도 하였다.

이 사건은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리베라시옹>에 “헤드스카프 착용이 크레이 중학교의 정교분리원칙과 충돌하다”로 보도되자 거의 모든 일간지에서 다루어지며 전국적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지식인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종교계 그리고 정치권에까지 논쟁이 확대되어, “정교분리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종교적 표시를 부착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이름으로 ‘헤드스카프’ 착용을 학교에서 금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이름으로 혹은 똘레랑스의 이름으로 헤드스카프 착용을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찬반 토론이 연이어 벌어졌다.

교육부는 최고행정법원(le Conseil d'Etat)에 공립학교에서 특정 종교에 속하는 상징을 착용하는 것과 정교분리원칙이 병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물었고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이슬람식 헤드스카프를 학교 내에서까지 착용함으로써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선전할 목적이 있는 학생에 한 해 학교장의 판단으로 퇴학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학교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다양한 판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러한 법조항은 많은 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 결국 종교적 상징물을 학교 내에서 드러내놓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2004년 2월 프랑스 하원, 2004년 3월 프랑스 상원에서 여야의원들의 거의 대다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이 ‘헤드스카프’ 사건은 프랑스의 이민통합문제, 프랑스인의 정체성 문제, 정교분리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흔히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에서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학교에 왔다고 해서 퇴학을 당하고 또, 이를 둘러싸고 찬반이 무성하였다는 자체가 놀랍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프랑스의 공립학교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 이슬람인들에게 히잡이라 불리는 헤드스카프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하겠다.

다문화사회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인간들이 서로 어울려 한 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 사건은 다문화사회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게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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