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청와대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만에 귀국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귀환은 단순히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사람으로서의 귀환이 아니라 차기 대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귀환하는 것이 됐다.

실제로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모습은 흡사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출정식과 같았다.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 역시 대선 출마 선언이었다. 단지 “대선에 출마한다”라는 명확한 말만 안했을 뿐이지 누가 보더라도 대선 출마 선언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이야기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특히 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그 ‘정권교체’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을 비롯한 야권 주자는 ‘정권교체’를 외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만약 반기문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외치다면 결국 ‘정권교체’에 또 다른 숟가락을 얻는 형국이 된다. 때문에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는 무소속 후보들의 대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대선 과정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 전략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정치’의 모습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정치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 논리가 소위 정치무관심층에게 어필이 되면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교체’ 역시 정치무관심층을 향한 일종의 시그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분간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른바 컨벤션 효과이다.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지지율이 상승한다.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치무관심층이 ‘정치교체’를 이루게 해줄 구세주로 반기문 전 총장을 기대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유로 반기문 전 총장은 특정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적 활동을 하기 보다는 기성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규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반기문 전 총장이 특정정당에 들어가서 대선 주자로 우뚝 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반기문 전 총장을 반기는 정당은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정당 역시 내부적으로는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주자들은 당내에 조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전 총장은 변변한 조직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들어가서 대선 경선을 치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그리고 그 세력을 갖고 당대당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만 대선 경선을 치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때문에 반기문 전 총장은 당분간 기성 정치권과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규합할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해 늦어도 3월 초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조계 상당수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늦어도 5월초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으로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자신의 세력을 규합해서 특정 정당에 들어가서 대선 경선을 치르기는 상당히 시간이 촉박하다. 여기에 제3지대에서 후보 단일화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반기문 전 총장이 갖고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여기에 검증의 칼날이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그동안 변변한 검증의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 그 흔한 인사청문회도 가지지 않았다. 때문에 각종 의혹이 앞으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 내내 검증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에는 이미 한 번 검증을 거친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 등을 소개할 시간이 있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을 소개하는 시간보다 자신과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시간이 더 많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선 과정 내내 반기문 전 총장은 해명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게다가 특정세력의 대권 주자로 나서게 되면 지금의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보수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진보 진영의 지지층이 이탈할 것이다. 진보 진영 후보로 나서게 되면 보수 진영 지지층은 이탈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외연확장의 문제도 남아있다.

반기문 전 총장이 현재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숙제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이냐의 문제가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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