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국회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재계에게 2016년이란 아마도 ‘기억하기 싫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국회를 찾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바닥을 모르고 내려갔으며 해운과 조선은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했다. 그야말로 올해 한해는 최악의 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이라고 더 좋은 해일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재계 이슈 중 으뜸을 꼽으라면 아마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점이다.

이날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아마도 역대 최대 규모의 증인 출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대기업 총수들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방송 등 언론에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대기업 총수들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서 육성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어떤 목소리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를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질문의 대다수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중되면서 이재용 청문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인 저마다 자신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출연을 하게 됐다면서 대가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특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대가성을 갖고 재단에 출연했다고 진술을 하는 그 순간부터 뇌물죄 피의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대기업 총수들은 박 대통령의 재단 출연 요구에 출연을 했을 뿐이라고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잇다.

앞으로 대가성 여부는 이제 특검의 수사가 남아있을 뿐이다. 특검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및 보건복지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특히 삼성의 재단 출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대가가 아니냐는 것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롯데그룹이 70억원을 재단에 출연했지만 롯데의 압수수색 전날 돌려받은 것에 대해 특검의 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대기업 총수들이 피해자인 경우도 있었다. 한때 최순실씨와 가깝다고 소문이 났던 이미경 CJ 부회장은 청와대로부터 경영퇴진 압력을 받은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피해자가 됐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5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에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부영 이중근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기부를 요청받고 회사가 받고 있는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 증인 출석한 자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탈퇴를 하고 지원금을 끊겠다고 하면서 전경련의 폐지 혹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관변단체로 전락하면서 정부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에는 어버이연합 단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계속적으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나왔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두 재단의 출연에 전경련이 깊숙이 개입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경련 해체 요구가 커졌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에 출석, 전경련의 해체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전경련은 역사 속에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게 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악재에 악재를 만났다.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된 수사가 계속되면서 신동빈 회장 최측근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롯데그룹은 안팎으로 악재를 계속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유통가 대모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이다.

올해 재계의 충격적인 소식 중 하나는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40년 만에 떠나보내야 했다.

또한 한진해운의 경우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해운·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막대한 정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여지지만 해운·조선업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밖에도 이재현 CJ 그룹 회장의 사면 소식, 2009년부터 7년간 이어져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소송전이 매듭지어지면서 금호가의 형제 갈등은 일단락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제품 결함으로 인해 단종 결정을 내렸고, 현대·기아차는 IMF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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