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실수요자와 서민층의 내집 마련을 도왔던 보금자리론의 신청자격이 오는 19일부터 강화된다. 정부의 지원 하에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적격대출도 사실상 중단된다.

대출이 가능한 주택가격이 종전 9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출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축소된다. 소득기준도 생겨 부부합산 6천만원 이하인 가구만 신청할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보금자리론의 대출 요건 축소는 서민들에게 남아 있는 여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의 불똥이 애꿎은 실수요자와 서민층에게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보금자리론 중단 사태가 예견된 ‘예측 실패’라는 비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측은 지난해(2015년) 보금자리론 수요로 6조 원을 예상했으나, 연간 판매 금액은 14조 7496억 원에 달해 8조 7496억 원을 초과 판매했다. 목표 대비 무려 248%다.

올해도 6조 원을 예상했으나 지난 7월에 이미 당초 계획을 초과해 8월 기준 9조 4192억원을 기록, 목표 대비 156%를 달성했다.

지난해 예측 실패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안일한 예측을 세움으로써 가계대출 급증에 한몫했다는 것이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연간계획 안을 작성하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당국의 예측 실패가 서민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된 것이다. 11~12월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고 한 고객들의 경우는 강화된 자격요건으로 인해, 주택 구매를 뒤로 미루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금자리론 실제 이용자들의 현황을 살펴보니 당초 취지와 다르게, 다주택자들의 비중이 상당했다. 지난해 2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액은 2조 2739억원으로 판매금액(2015년 기준) 14조 3797억원의 약 15%에 달했다.

관리 감독도 부실했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를 위해 주택가격 9억원이하, 대출한도 5억원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1주택자에 한하여 3년 이내에 기존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을 걸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출 건수 중 단 25%만이 기존 주택을 처분했고, 올해(8월 기준) 대출 건수 중에는 단 6%에 불과했다.

박찬대 의원은 “3년 내에 대출을 상환할 경우, 기존주택을 처분하지도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주택 구매는 투기구매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금공이 보금자리론을 줄인 이유로 제시한 근거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받은 ‘보금자리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주금공은 “최근 은행권이 주담대 리스크관리 강화로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보금자리론 쏠림현상이 발생했고 한정된 재원을 감안하여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금공이 주장하는 보금자리론 쏠림현상의 이유인 시중은행과 보금자리론의 금리 차이를 분석해 보니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금리차이는 고작 평균 0.21%밖에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금공이 주장했던 논리라면 0.21%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보금자리론으로 쏠렸다는 이야기다. 사실 금융권에서 0.21%는 체감하기 힘든 금리차이다.

또한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로 대출금리를 크게 올려 보금자리론의 쏠림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밝혀졌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 평균 3.17%로 시작한 금리는 지난 9월 기준 2.8%로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아울러 6-9월 사이에 급증한 수요 때문에 대출요건을 축소한다는 점에 타당성이 있으려면 6-9월 사이에 시중은행과 금리차이가 커야 한다.

하지만 당시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상당수는 6월을 제외하고 7-9월 중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와 비슷하거나 낮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가 2.63%였던 7월의 경우 하나은행은 2.66%, SC은행은 2.63%로 거의 비슷한 수치였다.

7월과 같은 금리였던 8월, 농협 2.65%, 하나 2.61%, SC 2.56%, 9월에도 농협 2.59%, SC 2.59%로 보금자리론보다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둘째, 2016년 9월 기준 11.4조 원을 공급해 금년 말 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미리 대출요건을 축소했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2015년 9월 기준, 보금자리론 공급액은 11.8조원, 2016년 9월 기준 보금자리론 공급액 11.4조 원으로 전년대비 오히려 4천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금공이 갑자기 급증해 문제가 됐다던 금년도 6-9월 사이 공급액은 7.3조 원, 2015년 급증한 기간이던 2월부터 7월 사이 공급액은 9.7조원으로 2015에 더욱 크게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금공이 주장했던 급증하는 공급액에 따라 대출요건을 축소했다라는 주장이 타당성이 있으려면 2015년 7월에 진작 대출요건을 축소했어야 하는 것이다.

김영주 의원은“지금 갑작스러운 대출요건 축소 결정에 내집 마련 계획 중이셨던 많은 서민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주장했던 대부분의 근거는 사실이 아니거나 타당성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 축소와 관련된 근거와 배경을 명백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금자리론을 갑작스럽게 요건 강화한 것은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인데 그 시그널을 주기 위해 서민들만 분통 터지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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