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이정우 기자] 대리운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약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명예퇴직을 당한 아버지가 자신의 몸뚱아리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생계수단이 대리운전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묘사되고 있다.

때문에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항상 ‘약자’ 혹은 ‘을(乙)’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것은 대리운전 기사의 이야기이고, 대리운전업체는 그야말로 갑질 중에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는 대리운전 시장이 최대 3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에 따르면 현재 대리운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그나마 2014년 3월 국토부가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조사한 ‘자가용 자동차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 연구(이하 ‘자료’)’가 유일하다시피 한 공식 현황 자료이다.

자료에 따르면 일각에서 대리운전 시장을 중소 골목상권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리운전 시장의 규모는 자료 추산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조원으로, 지난해 영화시장 전체의 매출인 2조 1천억원을 뛰어넘는다.

물론 3850개 정도로 추정되는 대리운전업체는 대부분이 중소영세업체라고 봐야 할 것이나, 이들과 대리기사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사는 당시 기준으로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메이저 3개 업체가 대리운전 프로그램 시장을 거의 전유하다시피 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대리기사들은 평균 2.1개의 프로그램을 복수로 이용하는데, 3개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나플의 ‘로지’ 프로그램이 75.9%, ‘콜마너’ 프로그램이 65.7%, ‘아이콘’ 프로그램이 27.8%다.

호남 등 지방에서 제법 이용되고 있는 콜마트(11.4%), 인성(6.1%)을 제외하면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이용률이 채 3%도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서는 메이저 3사 외의 타사 이용률이 채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위 사업자인 로지의 이용률은 89.6%에 달한다.

메이저 3사 중에서는 1위 사업자인 로지의 이용률이 압도적이다. 2014년 매출 자료를 보면, 3사의 매출 합계 중 로지의 비중은 60.9%에 달한다.

최근 이수근·신동엽 등의 연예인 모델로 유명한 ‘1577 대리운전’이 2위 사업자인 콜마너에서 1위 사업자인 로지로 프로그램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3사 중 로지의 점유율은 더욱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거대 시장을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고, 특히 1위 사업자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리운전 업체의 대리기사 착취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 신고접수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 5월30일부터 8월31일까지 석 달 간 운영한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에 총 215건의 부당행위 등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215건 중 대리운전 기사가 카카오드라이버에 가입할 경우 배차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146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이유 없는 배차제한 등이 32건, 과도한 콜 수수료·출근비 등을 부당하게 요구한 사례가 8건, 보험료 횡령 등이 29건이었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신고센터에 접수한 민원을 통해 “카카오드라이버 콜과 A업체 콜을 연동해서 사용하고 있는 데 A업체가 1개 업체만 선택하지 않을 경우 강력 조치한다며 협박을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다른 대리운전 기사는 “B업체는 매일매일 출근비 명목으로 1000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에게 5000원씩을 차감하고 B업체와 카카오드라이버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커버차량(셔틀) 탑승 시 배차콜을 확인한 뒤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한 것이 확인되면) 셔틀을 타지 못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국토부는 215건의 신고사항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에 전달했으며 소관부처에서 조사 및 시정조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용기 의원은 “국토교통부는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 상시 운영 등 최근 커지고 있는 대리운전 시장의 문제점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대리운전기사가 ‘약자’이지 대리운전업체는 ‘강자’라는 점이다. 때문에 대리운전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