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강민수 기자] 119신고 대응매뉴얼이 엉터리로 작성·운영되고 있어 경주 지진시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119종합상황관리 표준매뉴얼’ 등을 분석한 결과, 지진 등 재난신고 시 대응조치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전체적인 내용도 부실하다고 했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119구조구급국)에서 작성·관리하는 119표준매뉴얼 중에 지진 등 재난상황신고시 대응 조치사항에 ‘신고대상 아동의 안전확보를 위해 경찰과 동시출동(가해자로부터 격리, 관련 사건에 대해 유관기관에 정보제공 및 동시출동 요청’으로 재난신고 대응조치와 전혀 다른 엉뚱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는 아동학대 신고시 상황대응 매뉴얼에 나와 있는 조치사항과 내용이 동일하다.

재난상황 신고시 Tip에는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시 119신고가 집중돼 상황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관련 정보는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확인해 주기를 부탁하며 신고집중을 줄이며’라고 돼 있어, 지진 등 대규모 재난신고를 단순 민원으로 간주해 소극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었다.

‘신고증가 및 신고폭주시 대응’ 방침에서도 지진 등 대규모 재난사고 발생으로 신고폭주가 예상될 때 ‘ARS로 동일지역 동일재난에 대한 안내멘트를 발송’이라고 돼 있다.

중앙소방본부의 119표준매뉴얼이 잘못됐거나 내용이 부실해, 이를 준용해 작성·운영하는 시도 119상황대응매뉴얼도 부실했다.

충북의 119신고대응매뉴얼을 보면, 잘못된 내용은 수정돼 있지만 재난신고에 ‘사고처리는 상황관리 단계별 행동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출동 조치’라고만 기재돼 있다.

119신고 표준 및 대응매뉴얼이 부실하다보니, 119신고 전화를 받는 상황요원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주 지진발생시 119신고 최초 30건의 녹취록’을 보면, 매뉴얼에 언급된 ‘재난방송을 보라’고 한 119상황요원은 30명 중 2명밖에 없었다.

아파트와 주택이 흔들리고 있는 긴급한 지진상황에서 전화한 신고자에게 ‘튼튼한 책상 밑에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라, 가스불이나 전열기를 끄고 지진이 멈추면 넓은 공터로 대피하라 등’ 지진시 최소한의 국민행동요령도 알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최초 119신고자는 9월12일 19시 45분 2초로 기상청의 지진속보(19:45:23)보다 20초 빨랐다.

하지만, 119신고 표준매뉴얼에는 ‘지진이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상부에 상황보고토록 돼 있다. 재난안전 전담부처인 국민안전처는 큰 규모의 지진시에 인명피해나 화재 등 2차 피해가 예상될 때 신속한 상황보고로 선제적 대처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지난 세월호 사고 당시 119로 걸려온 전화를 122로 연결하는데 약 2분의 소중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 긴급 신고체계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21개 각종 신고전화를 재난은 119, 범죄는 112, 비긴급 민원·상담 신고는 110 등 3개로 통합 추진됐다.

긴급신고전화통합은 올해 7월 15일 전국 시범서비스가 실시되었고, 10월 28일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진선미 의원은 “재난신고에 전혀 엉뚱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 자체가 119대응매뉴얼을 엉터리로 작성하고 관리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재난관련 신고가 119로 통합된 만큼 재난상황에 맞게 실행가능한 119신고 대응매뉴얼을 아주 구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규모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지진에 대해서는 119신고 대응방식도 달리 규정해 2차 인명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상부보고체계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정비하고, 119상황요원들에게도 재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