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 동덕여대 교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이젠 힘을 잃은 듯하다. 농사를 짓는 이에게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고 한 해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계절이다. 요즘 살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물가는 오르는데 수입은 그에 못 미치고, 뿐만 아니라 실직이나 폐업의 위험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취업은 날로 어려워지고 낙수효과라며 정부는 대기업을 그렇게 지원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인력을 대폭 확대할거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올해의 수고에 대한 보상, 어떻게 받게 될지, 아니 받을 수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 비자 없이 제주도로 입국한 중국인이 성당에서 예배하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범죄와 국내 불법체류자문제가 또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미 알려진 통계에 의하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외국인 범죄건수는 9103건에서 2만 8456건으로 212.6% 증가했다.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인데,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4년 75만 873명에서 2014년 179만 7618명으로 139.4%가 증가한 것이다. 10만명당 범죄건수는 2004년 1212건에서 2014년 1,583건으로 1.3배 많아졌다. 2014년 현재 내국인 10만명당 범죄건수는 3,410건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범죄 발생률은 내국인 범죄 발생율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외국인 범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을 부추긴다.

불법체류자도 마찬가지이다. 불법체류라는 용어 때문인지 외국인 범죄가 화제가 되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연이어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불법체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수는 203만4878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불법체류자는 21만3232명으로 2011년 16만7780명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해 6년 만에 약 2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체류율'은 2011년 12%에서 매년 소폭 감소하며 2016년에는 10.5%를 기록했다. 불법체류율이 소폭이지만 감소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적발되면 대개 출국 조치를 받게 된다. 불법체류자는 불안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의심부터 받는 것이 현실이다.

▲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불법체류자란 비자기간을 초과하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이다. 범죄자가 아니다. 범죄란 실질적 범죄개념에 따르면 형벌을 과할 필요가 있는 불법일 것을 요하며, 그것은 사회적 유해성 내지 법익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 유해성이란 사회공동생활의 존립과 기능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 타국에 이주하여 일정기간을 보내고 좀 더 일을 하기 위해 머무는 행위가 사회공동생활의 존립과 기능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비자기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범죄자로 오인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3D 업종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일하는 곳은 중소기업과 농어촌으로 지역경제에 구체적으로 공헌하고 있는 곳들이다. 만약 이들이 없다면 중소기업 등의 운영이 곤란해져 결국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고 대기업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출입국관리 정책을 무조건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자기간을 초과한 이들에게 명명된 불법체류자라는 이름만은 바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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