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대규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으로 직업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질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의 공무원 사랑은 시들줄 모르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제 메리트가 없다”고 한숨 쉬지만 정작 젊은이들의 공무원 입직을 향한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은 채 오히려 굴지의 대기업 직원들마저 자리를 박차고 공무원에 응시할 만큼 공직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지난해부터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줄이고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공시(공무원 시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최근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40~50대 직장인까지 공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4월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는 전국적으로 19만명이 넘게 몰려 52대1의 경쟁률 보였다. 실제 시험에 응시한 인원(14만1000여명)도 지난해(13만8000여명)보다 늘었다.

올해 5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도 37대 1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연금 개혁으로 공무원의 기득권이 다소 줄어들게 됨에도 ‘공시생’들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정년 및 신분보장, 육아휴직 등 민간에서 누리기 어려운 여러 ‘특권’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나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박모(28ㆍ여)씨는 “사기업과 달리 공무원은 정년 및 신분 보장 등 안정성이 뛰어나다”며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3년간 쓸 수 있는데 사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은 꿈도 못 꾼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남성 공무원도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직업은 오직 공무원 뿐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공부문이 민간에 비해 경쟁의 강도가 덜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한 대기업에 다니다가 지난해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한주(36) 씨는 “동기들 중 승진도 빠른 편이었지만 평생 높은 근무강도와 무한경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며 뒤늦게 공무원 입직을 결심한 이유를 털어놨다.

실질 실업률이 10%를 넘는등 심화되는 청년 실업난 속에서 이같은 공시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이외에 특별한 해답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공무원을 꿈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민간 부문 직업의 질이 떨어졌다”라며 “사회적 자원의 비정상적 쏠림과 낭비를 막을 방법은 민간 부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고,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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