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다수 소액주주 표심 획득…이사진 선임 가결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불참…OCI그룹 “통합 재추진 계획 없어”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을 놓고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첨예한 갈등을 빚은 가운데 최종 승리는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돌아갔다.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가른 것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이었다.

아닐 정기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두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OCI와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간 통합을 추진해오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향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그 결과 임종윤·종훈 사장은 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통합을 추진하고 있던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송 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 6명은 이사회 입성이 불발됐다.

이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모녀 측과 장·차남이 제시한 신규 이사진 후보를 놓고 표 대결을 벌이면서 업계 안팎의 큰 관심을 모았다. 

앞서 양측은 주주총회 당일인 28일 전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당초 모녀 측 지분(우호지분 및 재단지분 등 포함)은 35%로 장·차남 측 지분 28.42%(우호지분 포함)보다 높았지만, 개인 주주 중 최다 지분(12.15%)을 보유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을 지지하면서 형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중요 변수로 꼽히던 국민연금(7.66%)이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또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연금과 사우회(0.33%)의 지분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면서 모녀의 승리가 유력시된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과를 뒤바꾼 것은 소액주주였다.

주총 전 양측의 우호지분은 모녀 측이 약 42.66%, 장·차남 측이 40.57%로 비등했으나 소액주주(20.5%)들의 표심이 형제 측으로 향하면서 이들이 압승했다. 이는 한미약품의 고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주주들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지체되며 개회가 3시간 반 가량이나 지연됐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승복한다며 통합 절차 중단 입장을 밝혔다. 

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 측은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리했던 경영권 분쟁 끝에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주사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승기를 잡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상속세 문제와 앞서 밝힌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이행인데 ,두 형제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송 회장과의 대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주총 종료 후 임종윤 사장은 취재진 대상 브리핑을 통해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는 않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도 "오늘은 주주라는 원팀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기고 다 이긴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며 "곧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정식으로 공유하고 회사 브랜드를 긴급하게 복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합 중단 입장을 밝힌 OCI그룹에 대해서는 "OCI와 협력할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며 "복잡하지 않게 단순한 구조로는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주식은 6776만3663주, 주총 출석주식수는 5962만4506주로 전체의 88.0%에 달했다. 출석주주수는 본인과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 2160명으로 집계됐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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