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임 3년차 돌입…2년간 현장 중심 효율 영업으로 성장 이끌어
올해 ‘성장 〈 내실’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강화…비은행 강화는 숙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염구작신(染舊作新·옛것을 물들여 새것을 만들다). 임직원이 함께 이루어낸 과거 성과와 현재의 노력이 모여야만 진정한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2022년 취임인사)

“하나금융은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2024년 신년사)

지난 2022년 ‘염구작신’이란 사자성어로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드러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년간 눈부신 도약과 성장을 이뤄냈다. 이어 3년차인 올해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내실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3년차를 맞으며 임기 후반에 돌입한 함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한결같이 확신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정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틀 뒤인 27일, 함 회장은 취임식을 생략했고 집무실로 가지도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당시 산불 피해가 컸던 강릉과 울진 등 동해안 지역이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취임일성 그대로의 행보였다. 함 회장이 취임식을 생략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과 산불 재해 등으로 사회적 어려움이 컸던 탓이었다. 취임식 생략으로 절약한 비용은 경비, 미화, 시설, 주차관리 등 파견근로자에게 격려금으로 전달됐다.

취임 첫날부터 미담으로 가득한 행보를 보인 함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하나금융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함영주 회장은 취임 직후 동해안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울진소방소에 지원한 간식 차량에 직접 올라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전달하는 등 민생현장을 챙겼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은 취임 직후 동해안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울진소방소에 지원한 간식 차량에 직접 올라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전달하는 등 민생현장을 챙겼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특히 ‘영업왕’,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던 만큼 지주 경영에도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적용했다. 함 회장은 고졸행원 출신으로 회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데 은행원으로서 그는 전형적인 현장형, 영업형으로 고군분투했다. 입행 후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이 될 때까지 35년 경력 대부분을 본부가 아닌 영업현장에서 보내면서 리테일, WM, 기업금융, IB, 카드 등 거의 모든 부문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면서도 영업현장을 진두 지휘하며 당시 영업실적 전국 1위를 달성하는 등 남다른 영업력과 현장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함 회장은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직후 초대 은행장에 올랐다.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일이었지만, 그의 실력은 내부에서부터 인정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은행장으로서도 그는 전산통합과 교차발령 시행 등으로 통합한 두 은행의 시너지를 끌어올렸고, 하나은행 순이익은 2015년 9699억원에서 2021년 2조5704억원으로 165% 증가했다.

이같은 현장영업 베테랑의 노하우는 지주 경영에도 적용됐다. 취임 직후 “현장에 답이 있다”고 주창한 함 회장은 인사·조직개편 등 그룹의 굵직한 경영전략을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효율 경영에 주력했다. 취임 첫 해 연말 인사개편에서도 영업 전문가와 전략·재무 전문가를 그룹 주요 계열사에 배치, 어려운 금융환경에 대응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위험을 관리해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현장 중심의 효율경영은 사상최대 순이익으로 연결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9779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냈다. 비록 상생금융 비용반영으로 인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3.5% 감소하면서 연간 순이익도 2022년보다 3.3% 줄어들긴 했지만 은행 톱 지위를 꿰차고, 지주사 3위 입지를 굳히는 등 하나금융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사상최대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로 우뚝 섰다.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동반한 기업금융 강화 및 성장을 통해 역대급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속에서도 2년 연속 리딩뱅크 타이틀을 차지했다. 금융지주로서도 3, 4위 각축전을 벌이던 우리금융그룹을 따돌리며 3위를 굳혔다.

치열한 2년을 보낸 함 회장은 더 큰 도약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성장 전략에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실과 협업을 강조한 바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직접 해외 투자 리스크를 챙기며 해외 대체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도도 변화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는 등 견제와 감독 역할을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주주총회를 통해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를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사내이사 3톱 체제’를 구축했다. 후계자 검증절차라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내부통제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 측 역시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책임경영 및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 설명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사진=하나금융그룹

함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또다른 생존전략도 강조하고 나섰다. 신년사에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서식하는 삼나무 레드우드 사례를 들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뿌리째 넘어가 버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 이 나무가 서로 광합성을 돕거나 영양분을 공유하는 협업으로 오랜 세월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협업을 통해 그룹 역량을 결집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하나금융 내 계열사 협업뿐 아니라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와 투자,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중 관건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M&A다. 하나금융은 꾸준히 보험사 매물 인수를 타진해왔고, 지난해 KDB생명 인수를 검토하고 실사작업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하나생명·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 몸집을 키워 비은행 계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함 회장이 임기 내에 인수·합병에 성공하고 본격 강화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과 기대가 모이고 있다.

취임 3년차,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노력과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나금융은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에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이자이익을 거두는 금융사에 대한 비판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와 함께 함 회장은 하나카드의 해외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가 기존 통념을 깨고 해외결제 수수료를 무료화하고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둔 점을 언급하면서 상생과 성장이 함께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고객‧직원‧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함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금융과 상생의 조화를 이뤄내고,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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