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산율 지난해 역대 최저…금융권 저출산 해결 위한 사회공헌활동 눈길
돌봄센터 개관부터 촘촘한 사내 제도도 주목…출산·양육 관련 금융상품까지

통계청 기준 지난해 대한민국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 기준 지난해 대한민국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7월 국내 한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저조한 합계출산율 수치를 본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 없다”며 머리를 쥐어싸매는 모습은 국내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가 본 건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일 때였다. 이후 통계청 기준 지난해 대한민국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 4분기 기준으로는 0.65명으로 더욱 낮아졌다.

합계출산율(TFR)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TFR이 최소 2.1명은 돼야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TFR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였고, 8년 연속 하락 중에 있다. 

이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산해결대책에 집중하고 있고, 각 기업들도 이에 발맞춘 사내제도 및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금융사는 육아고민 해소부터 돌봄센터 개설, 미혼모 및 다문화가족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며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이 제주에 개관한 주말돌봄센터 현장.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이 제주에 개관한 주말돌봄센터 현장. 사진=KB금융그룹

전국 각지에 육아 공백 메우는 돌봄센터 등장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돌봄센터다. 경력단절, 경제난 등에 이어 육아 돌봄 공백이 출산 저해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이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꾸준히 꼽혀 왔던 바다. 이에 발맞춘 금융사들의 행보가 돌봄센터 개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5일 제주도에서 초등주말돌봄센터의 문을 열었다고 알렸다. 지난 23일 제주시 아라초등학교와 서귀포시 동홍초등학교에서 개관한 ‘꿈낭 초등주말돌봄센터’는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주말에 운영되는 돌봄시설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오전·오후반으로 구성된 ‘정규반’과 갑작스럽게 돌봄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일시돌봄반’ 등을 통해 130여명의 아이들을 보살핀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중대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저출생 현상’의 주요 원인인 ‘돌봄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KB금융은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인천 지역의 첫 거점형 늘봄센터인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를 개관해 60여명의 아이들을 품었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아이들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총 1250억원을 투입해 온종일 돌봄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초등돌봄교실 1648실, 병설유치원 617실 등 총 2265개의 교실을 조성해 돌봄 환경 구축에 기여해왔다.

하나금융그룹도 20일  금융권 최초로 저출산 문제 극복 및 보육 환경 개선을 위한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 지원 사업 실시를 알렸다.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은 365일 24시간 원하는 다양한 시간대에 돌봄 보육이 가능하며, 기존 어린이집에 운영되고 있는 반과 별도로 운영되는 서비스다. 하나금융은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원 규모로 ‘주말·공휴일형’ 47개소와 ‘365일형’ 3개소 등 총 50곳의 어린이집에 돌봄 공백 보육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앞서 2018년부터 1500억원 규모의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통해 영유아 9166명의 보육 제공 등 육아 돌봄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신한금융도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에 공동육아나눔터 구축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탄생한 ‘신한 꿈도담터’는 신한금융이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발맞춰 부모 육아 부담 경감, 여성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해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돌봄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며, 지난해 상반기 부산 사하구, 경남 김해시, 충북 옥천군 등 33개 시·군·구에서 총 35개소를 추가 선정·지원했다.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하나금융. 사진=하나금융그룹
‘365일 꺼지지 않는 하나돌봄어린이집’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하나금융. 사진=하나금융그룹

결혼식장 대여부터 미혼 한부모 지원까지 다양

센터 개관뿐 아니다. 각 금융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저출산 해결 및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룹 내 공간을 활용한 ‘하나 맘 케어센터’를 마련해 영유아 전용 수유실 및 임산부 휴게공간을 운영 중이다. 1호점인 아탑역금융센터를 시작으로 수유역금융센터·남가좌동·검단신도시 지점 등으로 운영 지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 소방공무·소상공인·다문화·한부모 가정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해 결혼식 장소를 무상 대여하는 ‘하나 그랜드 홀’ 무료 대관 프로젝트 등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명동·청라·여의도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연내 대전·광주·부산 등에 무료 대관 결혼식장을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미혼모, 한부모,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을 통해 저출산 및 육아 문제 등을 두루 케어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운영하는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여성가족부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미성년 미혼 한부모를 지원 중이다. 이들이 육아를 하느라 경제 활동이 어려운 점, 미혼 한부모의 자녀들의 상당수가 해외 입양되고 있는 점 등에 주목해 남다른 저출산 해결책을 세운 셈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외 입양아 가운데 미혼모 아동의 비율은 2018년 99.7%, 2019년 100%, 2020년 99.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로부터 제출 받은 지난 5년간 해외 입양 자료를 통해서는 입양을 보낸 사유가 ‘미혼(친모 65.6%, 친부 23.4%)’이라는 이유가 눈길을 끈다.

이에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여성가족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미성년 미혼 한부모의 자립 지원사업을 위해 ‘3자 협약’을 맺고, 전국에 있는 미혼 한부모들을 돕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매월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대상자에는 임산부도 포함되며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연간 최대 12억원을 지원한다. 우리금융그룹의 ‘미성년 미혼 한부모 자립 지원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인구총조사 기준 전국 미성년 미혼 한부모 157명 중 약 57.3%가 해당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미혼모 85명, 미혼부 5명에 총 1억4000만원을 지원했다.

우리금융이 다문화 가정과 아이들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것 역시 그 결이 다르지 않다. 다문화 인구는 결코 적지 않다. 법무부·통계청에 따르면 1996년 이래 2022년까지 혼인 등의 이유로 귀화한 사람은 23만4233명이다. 2022년 기준 귀화인이나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결혼이민자 가구를 뜻하는 ‘다문화가구’는 39만9396가구, 그 구성원인 ‘다문화인구’는 115만1004명에 달한다. 이는 한국 총인구(2022년 5167만2569명)의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우리금융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진로탐색 지원에 이어 위기가정, 미등록 이주아동 및 중도입국자녀 등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으로 다문화가족 시대의 활성과 안정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저출산 극복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여성가족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3자 협약’을 맺고 미성년 미혼 한부모의 자립을 지원한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여성가족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3자 협약’을 맺고 미성년 미혼 한부모의 자립을 지원한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출산·육아와 관련한 다양한 금융상품 눈길

4대 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은행들을 통해 가족, 출산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여러 혜택을 담은 금융상품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노력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패밀리 상생 적금’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해당 적금은 고객 생애 주기에 초점을 맞춰 최고 연 9.0%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구성됐다.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를 최고 6.0%p 적용하며, 결혼 및 출산 등과 관련한 조건이 우대 금리 조건으로 명시됐다. 가입 기간 중 결혼·임신·출산·2자녀 이상(2005년 이후 출생) 가구 또는 기초연금 수급자에 해당하는 경우 3.0%p ▲부모 급여, 양육(아동)수당, 기초연금을 신한은행 본인계좌로 6개월 이상 수령하는 경우 2.0%p ▲신한은행 입출금 통장 첫 신규 시 1.0%p 등이다. 이 ‘패밀리 상생적금’은 출시 3개월인 지난 2월 완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저출산 극복 차원에서 특화 예·적금 상품인 ‘하나 아이 키움 적금’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하나 아이키움 적금’은 말 그대로 양육 자녀 수에 따라 우대 금리가 더해지는 상품이다. 기본금리는 연 2%지만 자녀가 2명이면 1%p, 3명이면 2%p의 우대금리가 추가된다. 이에 더해  영아수당·아동수당 수급자 또는 임산부 대상 2%p, 하나은행 마이데이터 ‘하나 합’ 서비스 이용 0.3%p 등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최고금리 연 8%를 적용받을 수 있다. 만기는 1년이고 월 납입액은 최대 30만원이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은 다자녀 가구에 대해선 대출 금리를 감면하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일부 협약대출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상품에서 차주의 미성년 자녀 수에 따라 최대 0.4%p의 금리를 깎아준다. 만 19세 이하 자녀가 두 명이면 주택 면적이 85㎡ 이하인 경우에 한해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0.2%p감면해주고, 미성년 자녀가 3명이면 주택 면적과 무관하게 금리를 0.4%p 감면해준다.

KB국민은행도 2020년부터 자녀가 2명 이상이면 보다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KB신혼부부·다둥이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0.15%p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4대 시중은행 외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IBK부모급여우대적금’은 영유아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마련된 상품이다. 올해부터 기존 영아수당이 부모급여로 통합·확대됐고, 최고금리는 연 6.5%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저출산 사회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상품으로 평가받아 금감원에서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아동수당을 농협은행 계좌로 수령하는 7세 미만 개인을 대상으로 최고 연 6.7%의 금리를 주는 ‘NH아동수당우대적금’을 판매 중이며, 기본금리 연 3.2%에 아동수당 수령 1.5%p,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 0.5%p, 형제자매 함께 가입 0.5%p, 셋째 이상 아동 1%p 등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2금융권인 하나저축은행도 만 16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나 자녀 당사자를 대상으로 최고 금리가 연 7%를 제공하는 ‘잘파(Z+알파) 적금’을 판매 중이다. 

신한금융의 꿈도담터 사업.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의 꿈도담터 사업. 사진=신한금융그룹

출산 관련 휴직·휴가부터 출산 축하금까지…사내제도 강화

저출산 극복 노력은 회사 밖에서뿐 아니라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임직원 육아, 출산, 양육을 위한 다양한 휴직 및 휴가제도를 운영 중이다. 모두 법정기준인 90일보다 많은 유급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남녀 직원 모두에게 1년의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난임치료를 위한 휴가 및 휴직제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이 2019년 은행권 처음으로 난임치료를 위한 유급 휴가제도를 신설했고, 이후 4대 금융그룹 모두 관련 휴가를 제공 중이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은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 치료를 위해 최대 1년의 유급휴직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부터 난임 지원 대상을 남성 직원과 그 배우자까지 확대해 저출산 문제 극복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산 축의금 및 교육비 등 제도도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교섭을 통해 중 출산 장려 차원에서 자녀 출산축의금과 미취학자녀 교육비를 증액했다. 자녀출산 축의금은 취학 전 만 3세부터 만 7세 2월까지 지원하며 첫째는 증액 없이 80만원을 제공하고, 둘째부터는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셋째 이상은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첫째 100만원, 둘째 120만원, 셋째 150만원, 넷째 200만원을 지급하며, 임신 기간 중 근무시간 2시간 단축과 월 1회 태아검진 휴가 등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출산경조금을 첫째 80만원→100만원, 둘째 80만원→200만원, 셋째 150만원→300만원, 넷째 200만원→400만원 등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150만원 등 출산 축하금제를 운영 중이며, 육아로 인한 퇴직 3년 후 재채용 시 퇴직 전 호봉을 인정해 주는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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