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서 기자간담회 개최…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공동 참석
‘캐스팅 보트’ 신동국 회장, 장·차남 손들며 사태 급변…“마지막까지 설득”
향후 판도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 변수

이우현 OCI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한미타워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손규미 기자
이우현 OCI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한미타워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손규미 기자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두고 지속되고 있는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28일 주총을 앞두고 격화 양상을 띄고 있다.  당초 판도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 측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사태의 키맨으로 불리웠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이에 임주현 사장(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은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입장을 표명했다. 임 사장은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주총까지 남은 이틀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며, 결과가 어떻든 회사를 지키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 사장 외에도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도 함께 자리했다.

임 사장은 OCI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한미약품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뤄냈고, 국내 사업본부에서는 로수젯 단일 품목 하나로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원외처방 1위를 6년째 지키고 있다"며 "이같은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영이 안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는 대주주의 상속세 문제, 오버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라는 결론에 이르러 이로 인해 여러가지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OCI그룹과의 통합을 준비하게 됐다"며 "통합을 통해 하고자 하는 신약개발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 사장은 "회사를 어떻게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다"며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국내 상위 제약사의 위치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주주제안(임종윤·임종훈)으로 들어온 여러 이슈에 대해서는 한 가지 반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주제안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이사회는 대주주 가족 구성원들 4명이 이사회에 함께하게 된다"며 "이게 과연 한미그룹이 상장사로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ESG경영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되며 한미그룹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구성(이사회)인지 깊게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OCI홀딩스의 역사의 상당수가 기존에 없던 신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사업으로 키워나가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었다"며 "부광약품을 운영하다 보니 영업력도 좋고 연구개발(R&D)에 강한 한미약품이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포트폴리오 개발을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또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한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들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돕겠다는 생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인데, 이 부분이 왜곡되게 받아들여져 갈등이 발생하게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간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가를 키맨으로 불리웠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사장을 지지한 사실에 대해서는 "(신 회장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름 고심했을 거라고 믿는다"며 "다만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대화를 재기해서 저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두 모녀의 지분은 재단을 포함해 35%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지분은 28.42%였으나 개인 주주중 가장 많은 지분(12.15%)을 보유한 신 회장이 임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송 회장과 임 사장은 주총 표대결에서 불리해진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앞서 결정된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해임 건에 대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임 사장은 "두 분의 해임건에 대해서는 회장님이 오랜 기간 동안 숙고해 내린 결정으로, 분쟁으로 보여지는 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회를 주며 기다렸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하며 "주총을 앞두고 주주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어려운 결정을 낸 이유에는 그 무엇보다도 조직 안에서 일어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이어 "회사가 흔들리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며 "이같은 뜻으로 회장님이 혼란을 없애는 일을 하나씩 실행한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앞서 제시한 경영 청사진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두 형제 측이 주장한 1조원 투자를 통해 50조원대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부분에 대해 "한미의 내부 상황을 충분히 숙지하고 말한 것 같지 않다. 평택공장에서 할 수 있는 미생물 배양 공정의 경우 타사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어 규모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며 "1조원의 투자를 받아 여러 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규모는 사실 크지 않으며 해당 자금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어떤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는지, 또한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 충분히 설명이 된다면 회사가 발전하는 일에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부분에 있어 해명을 기다리는 바"라고 답했다.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OCI 측과 오랜 기간 검토하면서 구주 매각 재원으로 상속세 납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번 딜이 잘 진행될 경우 상속세 이슈는 더 이상 있지 않고 오버행 이슈도 제거되면서 주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오너 일가의 분쟁이 혼전 속으로 빠져들면서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16.77%의 소액주주 결정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결자문사들도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의견을 낸 국내외 자문사 6곳 중 2곳은 한미사이언스 측, 2곳은 두 형제 측, 2곳은 중립 의견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