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시작으로 신한, 하나, NH농협, KB국민 등 임시이사회 통해 배상 전망
은행 배상금 규모만 최소 2조원 예상…투자자들 자율배상 두고 불만 여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주 내 이사회를 통해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주 내 이사회를 통해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국내 주요시중은행들이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자율배상안 권고에 따른 조치인데 배상 규모는 2조여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배상비율 경감,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 위배 등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안부터 은행권 자율배상까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속출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주 내 이사회를 통해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앞서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가장 먼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추진을 결정했고, 이번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1일 사전 간담회를 통해 이사들과 배상 관련 사항을 공유했고, 26일 주주총회 이후 배상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27일, NH농협은행은 28일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번주 후반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3일부터 2021년 1∼7월(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 판매한 판매 계좌 8만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돌입했는데 이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이를 바탕으로 한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과 함께 SC제일은행도 28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배상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홍콩H지수 ELS 판매가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판매금액은 415억원 수준이며, KB국민은행은 올해 만기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가 6조1500억원에 달한다.

홍콩 H지수가 5700선을 유지하고, 손실 배상률을 40%로 예상했을 때 5대 은행 및 SC제일은행에서 발생하는 손실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하고, 40%를 배상할 시 6개 은행이 배상하는 액수는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추산이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의 손실 예상 규모 절반 수준이다. 만약 H지수가 6000선이나 그 이상으로 상승하게 된다면 손실규모가 줄어들어 그만큼 배상규모도 줄어들게 되지만, ELS 만기가 상반기에 몰려 있어 H지수 상승 기대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배상 규모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개인 고객에 따라 배상비율이 가감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실제 배상 비율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기본배상비율 및 대면판매에 따른 공통 가중비율 등을 감안하면 배상비율은 40%,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은행이 보수적으로 책정해 배상을 진행하기에 실제 배상 규모는 더 줄어들 수 있고, 배상 협의 등 절차에 따라 실제 배상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금감원이 내놓은 자율배상안 권고를 이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금감원의 자율배상안 기준안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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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자율배상안은 판매사 요인과 투자자 고려요소로 나뉘는데 판매사 요인은 기본배상비율과 판매사 가중으로 구분되고, 투자자 고려요소는 가산과 차감 요인으로 나뉜다. 특히 판매 원칙 중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의 세 가지 원칙의 준수 여부에 집중해 각 원칙의 준수가 미흡할 때 기본배상비율을 20%(부당 권유의 경우에는 25%)로 결정하고, 원칙을 두 가지 위반할 경우는 10%포인트를 감경한 30%로 제시했다.

이 점을 두고 투자자들은 원칙훼손에 대한 책임이 판매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중이 아닌 감경하는 배상비율을 정한 것부터가 ‘봐주기’라며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금감원 배상기준안으로 자율배상된다면 이는 가입자들을 두번 죽이는 꼴”, “잘못을 두 가지를 했는데 하나는 이미 잘못했다고 벌을 깎아주는 법은 살면서 처음 본다”, “사기 판매 책임을 판매사가 져야 할 마당에 나이, 재가입, 금액 따져 배상을 줄여줬다”는 등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나선 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홍콩ELS 판매 시스템 자체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금감원 역시 현장검사 종료 후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 보호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되었음에도, 소비자 보호장치가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그 취지에 맞게 충실히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다.

이와 반대로 이번 자율배상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이번 금감원 자율배상과 은행들의 이행은 투자자자기책임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은 투자자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스스로 감수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가운데 여론은 홍콩ELS와 관련해 판매 시스템 논란, 불완전판매 논란이 큰 만큼 은행들이 어떤 제재를 받게 될 지에도 관심이 높은데, 금감원은 4월 초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1일 “홍콩 ELS 제재 절차에 신속히 돌입해야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다”며 “빠르면 4월부터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금감원의 현장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는 점에서 기관 제재 및 과징금 부과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홍콩 ELS 판매사 11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원금보장 등 안전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게 고난도(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을 유도하거나 지점 방문이 어려운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를 대리작성한 경우 등 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히 본점에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개인 성과지표(KPI)를 ELS 판매시 유리하도록 설계하는 등 방식으로 지점 판매를 유인한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자칫 조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소법 시행 전 두 달간 판매액을 제외하고 2021년부터 판매된 홍콩 ELS는 약 17조1000억원에 달하기에 설명의무 위반 사례 등이 10%만 넘어도 과징금이 조 단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성은 적다. 금소법 시행령에는 과징금 감경 기준이 있어 예방을 위한 노력, 내부통제 기준 및 금융소비자보호기준 운영상황 등을 고려해 반영하게 되기에 과징금 액수는 이론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최고경영자(CEO) 제재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현행법상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CEO 제재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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