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선거를 둘러싸고 온갖 흑색선전과 비방이 넘치고 있다. 각 정당은 상대 정당에 대해 무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세월이 지나 자신의 주장이 허구임이 밝혀져도 사과 한마디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움에도, 여전히 흘러넘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자 통치 체제의 초석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어도 뜬소문은 여전히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문은 항상 정치적 경쟁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지만 소셜 미디어와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출현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정보 과잉 시대에 허구와 진실을 분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으며, 소문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심지어 선거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선거 관련 소문의 가장 교활한 측면 중 하나는 두려움, 편견, 불확실성을 이용하는 능력이다. 그들은 인간의 편견과 그로 인한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갉아먹는다. 유권자 사기에 대한 허위 주장, 후보자에 대한 조작된 스캔들, 선거 과정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등 소문은 의심의 씨앗을 심고 선거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간 우리 선거에 등장한 유언비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중 대법원에서 판단을 내린 사건 중 하나가 소위 김대업 병풍(兵風) 사건이다. 2002년 대선 당시 2002년 5월 21일 모 언론사가 김대업의 말을 인용,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에 대한 허위 주장을 보도하여 당시 지지율 1위이던 이회창 후보에 치명상을 입히고 지지율을 대폭 떨어뜨려 근소한 표 차로 낙선하게 만든 사건인데, 이후 김씨는 7월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받아 당시 민주당 등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김 씨는 대선 이후 구속됐는데 당시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는 “당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 A의 발행인 등 4명과 주간지 B의 발행인 등 2명은 당시 한나라당 측에 합계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의 원심(原審) 판결문에는 ‘2002년 8월에서 같은 해 9월경 사이에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병역 비리 의혹으로 인하여 최대 11.8%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혀 있었다. 유언비어가 선거의 당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근거 없는 음모론부터 악의적인 잘못된 정보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소문의 확산은 담론을 오염시켰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보기에 선거 과정의 정당성을 약화시켰다.

더욱이 전통적인 기관에 대한 신뢰가 이미 낮은 환경에서는 소문이 번성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주류 정보 소스로부터 단절감을 느낄 때, 아무리 모호하더라도 대안적인 이야기 전개에 더 취약하다. 이러한 신뢰의 침식은 선거 과정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 냉소주의와 무관심을 조장하여 민주주의의 구조 자체를 약화시킨다.

선거 과정에서 루머에 맞서 싸우려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먼저 정치 지도자, 후보자, 정당에는 선거 과정의 청렴성을 유지하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소문을 퍼뜨리거나 증폭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책임을 지지 않는 정당은 대중의 외면을 받도록 국민 스스로가 이들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규제 기관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허위 정보와 허위 정보 캠페인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사전에 조처해야 한다.

세 번째로 대중에게 미디어 활용 능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교육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특정 인사에 부정적인 댓글을 단 사람의 아이디를 클릭해보면 과거 댓글을 단 이력을 볼 수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언론에 따라 악의적인 제목을 뽑는 예도 있다. 이런 점을 비판적 사고력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신뢰할 수 없는 출처를 식별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정보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우리는 소문의 전염으로부터 사회를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면 소문이 번성하는 기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진다는 확신하게 되면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시민들이 굴복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선거에서 루머에 맞서 싸우려면 사회 각계각층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진실, 진실성, 민주적 가치에 대한 헌신을 요구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 있는 세상에서, 소문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선거의 진실성을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보존하기 위한 근본적 필요성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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