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취임 1년 맞는 임종룡 회장, 조직문화 개선·내부통제 주력
“부족했다” 실적 자성…숙원인 비은행 강화로 반등 기회 마련할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2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2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사진=우리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4일 취임 1년을 맞이한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과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했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임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취임식부터 조직혁신, 미래성장전략을 강조했던 임 회장의 경영능력은 올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24일, 임 회장은 취임식에서 조직구조의 과감한 혁신과 미래 성장 추진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립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취임 후 그는 곧바로 자신이 내걸었던 경영 키워드에 따라 신속한 행보를 이어왔다.

당시 취임식에서 임 회장이 밝힌 경영 키워드는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 등 4가지다.

우선 그는 조직 정비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조직문화에 빠른 혁신 엔진을 걸었다. 임 회장은 소통을 통한 조직문화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임 회장 취임 전까지 우리금융 내에는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다툼이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바다. 이같은 썩은 뿌리 위에 개인주의, 성과주의 경쟁이 더해지면서 조직 내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이에 임 회장은 취임 전인 지난해 3월 초부터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계열사의 경영 자율성 강화를 위해 그룹의 2, 3인자 자리로 불리던 총괄사장제, 수석부사장 자리를 폐지하고 지주 담당 부문 축소 및 인력 감축 등 ‘지주 슬림화’를 꾀했다. 또 비공개로 진행되던 인사평가 결과를 공개 전환하는 등 투명한 성과관리 문화로 젋은 세대 직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우리은행장 선정 과정에서 ‘상업·한일’이 번갈아 맡던 관례 아닌 관례를 타파하면서 오랜 대결구도를 종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계적 균형 대신 철저히 능력주의로 숏리스트를 선별하면서 은행 성장의 방해요소로 평가받던 출신 간 갈등을 없앴다.

보수적 문화도 사라졌다. 임 회장은 취임 후 ‘그룹 CEO 타운홀 미팅’을 통해 대전·충청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약 519명의 그룹사 임직원과 만나 소통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타운홀미팅 4회가 예정돼 있으며, 연간 22회 임직원과 티타임도 가질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키워드로 감사를 띄웠다. IT그룹사 우리FIS에서 개발한 사내 칭찬문화 플랫폼 ‘땡큐토큰’을 지난해 말 도입했는데, 전 그룹사 직원들이 서로 이를 주고 받으며 칭찬 메시지를 나누도록 한 것이다. 칭찬한 직원과 받은 직원 모두 포인트가 적립되며, 포인트 우수자에게는 해외여행 상품권 등을 포상하는 방식으로 사내 분위기가 훨씬 나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감사하다는 작은 말 한마디, 인사 한 번이 소통의 나비효과가 돼 그룹 안에 퍼져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문화 혁신과 함께 내부통제도 강화했다. 취임 당시 임 회장은 “‘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라며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한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각 자회사들이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된 건전한 영업문화를 정착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수백억원대 횡령사건으로 우리금융 이미지와 성장에 금이 가 있던 상황.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안정화되는 듯 했던 내부통제 문제는 지난해 6월, 한 직원이 시재금 7만달러를 빼돌리며 다시 불거졌고 임 회장은 전 임직원의 내부통제 인식 제고를 위해 ‘내부통제 업무 경력 필수화’ 시행 결정을 내렸다. 지주와 은행, 자회사의 전 직원들은 최소 1번씩 내부통제 업무를 맡고, 내부자 신고에 따른 포상금 10억원을 내거는 등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내건 책무구조도와 관련해서도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부터 TF팀을 구성해 컨설팅 업체 및 로펌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 작성에 돌입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24일 취임식 당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지난해 3월 24일 취임식 당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상생금융에 앞장서며 이행했다.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은 금융당국과 돈독한 관계 속에 활발한 상생금융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방안을 주문하자 임 회장은 임기 시작 일주일만에 상생금융 3대 원칙을 발표했고, 상세한 계획을 함께 밝혔다. 은행권에 상생금융 주문을 끝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로 눈을 돌렸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 역시 우리카드였고, 당시 우리카드는 곧바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소상공인 지원, 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금융사의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금융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는 모습에 업계에서 ‘관치’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임 회장은 상생금융에 앞장서며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을 실천했다.

다만 임 회장이 강조한 4가지 키워드 중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에 있어선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적만 보면 뼈아픈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했고, 3조원 클럽에도 들지 못했다.

특히 3, 4위를 다투던 하나금융과의 차이는 2022년 약 4200억원에서 2023년 1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이에 더해 NH농협금융이 지난해 2조2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NH농협에 4대 금융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우리금융은 금융 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은 탓에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부터 증권사 인수를 강하게 어필했던 임 회장이지만 결국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가뜩이나 은행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우리은행마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 줄어든 2조5159억원을 기록하며 지주 수익구조가 악화됐다.

취임 첫 해 실적 반전을 이루는 건 어렵다며 합리화할 수 있었음에도 임 회장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실적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고 “부족했다”고 인정한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성과를 강조한 만큼 실적 개선은 임 회장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숙원 사업은 단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다. 실적을 올리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구조조정 및 민영화 과정을 거치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특히 임 회장은 지난 2014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부터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을 강하게 어필해왔고, 특히 증권사 인수를 “언제든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라 강조해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원하던 1조~3조원 사이 증권사 매물은 등장해주지 않았다. 결국 우리금융은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과의 합병을 먼저 추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우리종금 지분을 모두 인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같은해 연말에는 우리종금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우리종금 본사를 여의도로 이전하는 등 우리종금의 ‘증권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우리금융은 적극 추진 중인 포스증권 인수도 상반기 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본 규모가 698억원 수준으로 소규모 증권사에 속하는 포스증권이지만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 신탁업 라이선스 등 3개의 금융투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종금과 합병시 증권업 진출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올해 임 회장이 증권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2014년 농협금융지주회장으로서 증권사를 인수하고, 10년 만인 올해 우리금융지주회장으로서 증권사를 인수하는 기록적 성과를 올리게 된다. 특히 이미 농협금융 당시 인수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 출중한 능력을 보여줬던 만큼 원하던 증권사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임 회장의 경영능력이 다시 한번 꽃피울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중장기 계획을 밝혔던 기업금융 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기업금융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2027년까지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고, 은행권 기업금융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기업대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목표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사진=우리금융그룹

이와 함께 밝힌 또 다른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순이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우리금융은 그룹 자회사 해외 인수합병(M&A)과 사업계획을 지원하는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을 꾸리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와 방글라데시 지점을 전담하는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우리은행에 신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이 마무리된 데 따른 체제 안정화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13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1.24%) 전량을 1366억원에 매입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 지원 이후 7차례 블록세일, 2016년 과점주주 체제 도입을 위한 매각 등 26년에 걸친 공적자금 상환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며 민영화 100%를 달성했다.

이 민영화 과정에도 임 회장 지분이 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시절인 2016년 12월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7개 과점주주에게 지분 30%를 매각했다. 그는 우리은행 과점주주 대표이사들을 만나 "민영화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도 했는데 이 때문에 임 회장 취임 당시 금융노동조합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주도한 전직 장관이 우리금융을 이끌겠다고 한다면 애초 앞세운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더욱이 과점주주 체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동양생명은 2021년, 한화생명은 2022년 보유 중인 3%대 지분 모두를 블록딜로 매각했고, 동양·한화생명이 이탈하면서 현재 한국투자증권·푸본현대생명·키움증권·유진PE·IMM PE 등 5곳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 지분 5.57%를 보유한 IMM PE는 지난달 29일 블록딜을 통해 1.7%가량을 처분하기도 했다.

예보 지분을 사들이며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한 우리금융이 경쟁력을 키우고 실적 개선 등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임 회장 원톱체제 경영시스템 보완, 이사회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한 손에는 나침반을, 다른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우리금융의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가자” 임 회장은 지난 1월 ‘2024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이같이 외쳤다. 경영진 및 임직원들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 주문한 임 회장 역시 지난해와 다른 성과를 보여줄 때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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