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임식서부터 ‘일류’ 강조한 진옥동 회장, 23일 취임 1년 맞아
고객중심 경영 및 디지털 혁신 눈길…리딩금융 탈환 및 글로벌 확장 과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사진=신한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진 회장은 지난 1년 ‘고객 중심’과 ‘디지털’을 강조하며 달려왔다.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준비해 리딩 금융 자리를 되찾아와야 하는 진 회장은 한결같은 뚝심으로 고객을 바라보며 걸음을 내딛고 있다. 

“一等(일등)은 우리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一流(일류)는 고객과 우리 사회의 인정으로만 완성된다. ‘신한’이라는 두 글자가 고객의 자긍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 나가자” (2023년 3월 23일 취임식)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다” (2023년 7월 3일 창립기념일 맞이 ‘신한컬쳐위크’ 강연)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의 기준은 고객이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자”(2024년 신년사)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작은 부분도 고객은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반드시 ‘고객’이 돼야 한다” (2024년 2월 5일 고객중심점검회의)

“고객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의 윤리준법 의식 제고와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2024년 3월 13일 윤리실천 서약식)

진옥동 회장이 취임 후 1년간 가장 강조한 건 다름 아닌 ‘고객’이다. 고객이 있기에 금융지주가 있고, 그렇기에 고객이 안심하고 믿을 만한 금융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1년 내내 꾸준하게 펼쳐졌다.

조금 다른 행보다. 기업의 수장은 누구나 고객을 강조하지만 수익과 재무적 성과보다 고객을 중요시하는 이는 사실 드물다. 그러나 진 회장은 실적 성장만을 좇는 길 대신 내실을 다지고 고객 신뢰를 쌓는 길을 선택했다. 그가 강조하는 ‘정도(正道)경영’의 최우선이자 시작은 다름 아닌 고객이다.

이같은 면모는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일찌감치 드러났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취임 이듬해인 2020년 기존의 성과평가제도인 KPI를 전면 개편하고, 고객중심 영업을 통해 고객과 은행이 균형 있게 동반 성장하는 ‘같이 성장 성과평가제도’를 한 바 있다.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고객중심경영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금융업계 중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는데, 이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그룹의 성장과 고객 보호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와 함께 고객 관점에서 리스크를 점검, 같은해 7월에는 신한금융 전 계열사와 함께 금융소비자들이 당면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금융사기 예방을 강화하는 등 내용을 담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략’을 선포하기도 했다.

수시로 고객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략과 정책들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했고, 고객중심에 기반해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 역시 기존 신한금융의 11개 부문을 전략, 재무, 운영과 소비자보호 등 4개 부문으로 통합해 고객 보호에 힘을 실었다. 지난 13일에는 고객중심 경영 및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윤리준법 문화의 내재화를 재차 다짐하며 전 그룹사 임직원들의 윤리실천 서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23일 취임식 당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지난해 3월 23일 취임식 당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고객중심과 함께 진 회장의 경영방식을 대표하는 또 한가지는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플랫폼을 통한 비금융 수익성 확보는 시간과 비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문이지만 진 회장은 행장 시절부터 공들여 온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취임 1년이 되기도 전에 그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신한 슈퍼쏠(SOL)’이다. 주요 5개 그룹사 금융앱의 핵심 기능을 한데 모은 슈퍼앱으로 그룹사 간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연계 및 확장을 통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체류 시간도 늘리는 효과를 불렀다.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 출시 한달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비금융 핵심사업인 ‘땡겨요’도 진 회장이 행장 시절부터 공을 들인 작품이다. 기존 배달플랫폼이 가맹점에 평균 7~8%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땡겨요’는 2% 수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익보다는 상생금융에 무게를 두며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해온 진 회장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틀을 깨는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온 진 회장은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하며 스스로 틀을 깨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MWC를 방문한 목적은 인공지능(AI)·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금융에 접목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가 경험한 과거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는 훨씬 빠르고 그 방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면서 시장, 기술, 금융 소비자의 트렌드의 변화를 지목하기도 한 만큼 AI기술 도입에도 두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월 신한금융 본사에서 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이 함께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AD(AI/Data) 캔미팅’이 진 회장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달 19일 신한은행이 노코드 AI 플랫폼 ‘AI 스튜디오’를 모든 영업점에 확대 도입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고객 특성 분석에 나서는 등 금융과 테크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적 1등’보다는 진정한 ‘일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진 회장이지만 '일등'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취임 후 처음 받은 성적표에서 KB금융에 1년만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하면서 전년에 달성했던 ‘리딩금융’ 자리를 약 2600억원 차이로 KB금융에 내줬다.

무리한 실적 끌어올리기를 하지 않겠다는 진 회장의 경영철학이 확고한 만큼 다소 부진한 실적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입증했던 그이기에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비은행 부문 실적을 끌어올려 리딩금융 탈환에 힘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22년 순이익이 역대 최대규모였고, 지난해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상생 금융 지원 규모가 컸으며,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등 거액의 일회성 비용이 있었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을 감안하면 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한금융이 올해 다시 리딩금융을 탈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해 연초부터 은행권을 뒤흔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 경쟁사인 KB국민은행과 비교해 신한은행의 판매 규모가 적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사진=신한금융그룹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도 진 회장 앞에 놓인 또 하나의 과제다. 진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비중을 3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글로벌 손익비중은 12.9%로 전년 대비 0.8%p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변화하는 일본과의 관계 및 일본 경제 상황은 진 회장에겐 청신호로 작용했다. ‘일본 경제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진 회장은 증시 활성화, 벤처 투자 붐이 일기 시작한 일본 경제 변화의 바람을 타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민관 업무 협약, 펀드 조성 등 과감한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4월, 일본에 방문해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한국 자본 시장에 대한 일본 기관 투자자의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활발한 투자자 미팅(IR)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일본 미즈호, SMBC, 일본은행(BOJ),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등과 글로벌, 디지털, ESG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의 길을 열었다. 또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현지 스타트업 투자·육성 등에 뛰어드는가 하면 신한벤처투자를 통해서는 일본 현지 벤처캐피털 회사 ‘글로벌브레인’과 ‘신한-GB 퓨처플로우(FutureFlow) 펀드’를 결성, 한일 최초 공동 결성한 벤처 투자 펀드 기록을 작성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여줬다.

더 나아가 진 회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투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글로벌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투자설명회에서 “빌드업(천천히 쌓아가는 것)은 성과가 나오는 데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고, 인수·합병(M&A)은 신속성이 장점”이라며 “우수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서 마켓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내는 방법도 있는데, 세 가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은행장 시절과 회장 1년, 진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뚜렷하다. 고객 중심과 디지털 혁신, 그리고 역발상이다. 은행장 시절, 기업 수익이 아닌 고객 수익률을 앞세워 직원들의 인사 고과를 책정하는 전략으로 은행 수익률을 끌어올린 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직에 올라서도 고객보호와 고객 중심 경영체계로 ‘일류’다운 그룹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등’이 되겠다는 전략을 이행해나가고 있다. ‘일류’를 목표로 달리는 신한금융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글로벌 확대, 꾸준한 디지털 혁신을 앞세워 ‘일등’까지 쟁취해낼 수 있을지 진 회장이 걸어갈 새로운 1년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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