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19일 지방은행장 및 지방 지주회장 만나 ‘경쟁력 제고’ 고민 당부
5대 지방은행 총순익 전년보다 7.3% 감소…“지방경기 악화 속 정부 지원 등 타개책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 지주회장을 비롯해 방성빈 부산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등 지방은행장들과 지방지주 회장 및 은행장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 지주회장을 비롯해 방성빈 부산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등 지방은행장들과 지방지주 회장 및 은행장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방은행이 위기에 몰렸다는 말이 나온다. 시중은행에 밀리는 데다 인터넷은행까지 약진하면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자금을 기반으로 지방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역할을 하는 기관인 만큼 지방은행을 살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지방지주 회장 및 은행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 각 지주회장을 비롯해 방성빈 부산은행장, 황병우 대구은행장, 예경탁 경남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 등 지방은행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 원장은 온정주의적 문화에 기댄 금융사고 재발을 막고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라는 주문과 함께 지방은행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방은행이 외형이나 영업력 면에서 시중은행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거점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지역고객의 충성도도 높은 만큼 이를 특화할 수 있는 영업 인프라 제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IT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특화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지역 내 자금중개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달라”고 말했다. 이를 돕기 위해 금감원은 지방은행과 지자체·금감원으로 구성된 ‘지역금융발전 협의체(가칭)’를 만들어 지역사회 동반성장을 위한 지방은행의 노력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는 절실한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들은 그 규모가 워낙 막대하고 이익 구조도 탄탄해 대형은행으로 집중되는 과점 체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디지털 금융 가속화에 인터넷은행들이 약진하면서 지방은행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순이익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조4358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순이익은 14조102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대비 2.6% 증가하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격차를 더욱 벌였다. 특히 5대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더해도 ‘리딩뱅크’인 하나은행 한 곳의 순이익 절반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방은행별 순이익으로 볼 때도 부산은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8% 감소한 3791억원을 기록했고, 뒤이어 대구은행 3639억원(6.2% 감소), 경남은행 2476억원(1.9% 증가), 광주은행 2407억원(6.8% 감소), 전북은행 2045억원(0.3% 감소) 순이었다. 지방은행들의 실적이 감소하는 이유로는 지역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 주고객인 지방중소기업 경영악화 등 영향과 함께 고객 이탈이 꼽힌다.

5대 지방은행들이 자리하고 있는 도시들의 경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통계청의 2022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전국 평균은 2.6%인데 부산이 2.6%, 대구 1.7%, 광주 1.7%, 울산 -0.5% 등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지방은행 주고객인 지방 중소기업들의 경영상황도 어려워지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은행 연체율은 부산은행 0.48%, 대구은행 0.40%, 경남은행 0.39%, 전북은행 1.09%, 광주은행 0.61% 등이었다. 높은 연체율에 지방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면서 이익은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고객 이탈도 지방은행 실적 감소로 이어진다. 시중은행이 지방에 진출한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스마트폰 뱅킹의 간편함에 은행지점을 찾지 않고도 업무를 보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지방은행보다는 시중은행, 혹은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분기 말 고객수 2284만명을 기록하며 국민적 인기를 실감케 했고, 지난해 연간 순이익도 3549억원으로 지방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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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지방은행에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위기가 지속되고, 시간이 갈수록 돌파구를 찾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

19일, 이 금감원장과 만난 지방은행지주들도 지역과 지방은행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방은행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의 어떤 주 거래화라든지 또 정책자금의 지원 확대 등에 있어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설립 취지에 따른 업무 범위 및 영업 구역 등이 분화되어 있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지방은행이 설립 취지와 규모에 따라 영업 구역을 구분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던 바다. 지방은행이 지역 자금을 기반으로 지방에 재투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지역사회 환원 사업 등에 자본을 투자한다. 일례로 은행연합회에 보고된 2021년 기준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현황만 보더라도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율은 15.20%였고, 대구은행 13.01%, 경남은행(12.42%), 광주은행(11.68%), 전북은행(10.78%) 등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지역 금융지주들은 지방은행이 지역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지방은행 활성화 및 성장이 필수라며 지난해부터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을 금융당국에 요청해왔다. 해당 특별법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지방은행 법제화 또는 우선권 부여,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거래은행 지정 우선권 및 자금 예치비율 의무화, 예금보험료 이원화 및 인하 등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지역 금융사의 지역 영업에 대한 제도 변화와 정부 특례를 통한 지방은행의 지역 기여 역할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법 제정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또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방은행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지역 점포망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 실시, 카드사나 지역 통신사와 연계한 상품 판매 등 혁신금융의 길을 열어 지방은행이 생존하고 성장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정부의 도움이나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지방은행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영업방식이나 인프라에 의존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혁신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을 활보하는 시중은행이나 인터넷뱅킹과 똑같은 경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역의 특성을 살린 지역특화나 지역밀착 등 지역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유치 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만 해도 영업점이 없어 불리하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영업점이 없는 이점을 살린 다양한 상품을 통해 오프라인보다 유리한 상품들을 만들어냈다”며 “지방은행 역시 다양한 플랫폼이 마련되면서 온라인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은행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상품이나 지역 맞춤 상품을 구성하는 등 기존 영업 방식에서 탈피하는 가운데 실적 개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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