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위기 대응 위해 2030년까지 국책은행·5대 시중은행 등과 대규모 금융지원
기후위기 대처 ‘녹색금융’ 갈수록 중요…국내 기업 및 경제에까지 영향 확대

금융당국이 정책금융기관 및 5대 시중은행 등 민관과 함께 손잡고 452조원대 규모의 기후위기 대응 금융지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정책금융기관 및 5대 시중은행 등 민관과 함께 손잡고 452조원대 규모의 기후위기 대응 금융지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책금융기관 및 5대 시중은행 등 민·관이 함께 손잡고 452조원대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는 ‘녹색금융’은 수출 중심인 우리 기업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중장기적 탄소절감대책은 꼭 필요한 일이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인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은행연합회장, 5대 시중은행장, 주요 국책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과 ‘저탄소 체계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녹색금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작업 과정에서 저탄소 공정 전환이 가능토록 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례 없는 기후변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풀어야 할 과제”라며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공정을 전환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 전기를 청정에너지 발전 전기로 바꿔야 하고, 또 이를 위해 기후기술의 발전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은 오는 2030년까지 총 420조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탄소중립 실현 시점이 2050년인 만큼 이 시기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국책기관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년 60조원씩 2030년까지 녹색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녹색자금이 36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7%나 확대된 수준이다. 이를 통해 2030년이 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약 8597만톤 감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이는 2030년까지의 국가 감축목표 중 29.5%에 해당한다.

또 산업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2030년까지 총 9조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산업은행이 전체 규모의 20%인 1조8000억원을 출자하고,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7조2000억원을 출자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1차로 1조26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6개 은행 공동협의체를 통해 필요시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당근책도 마련됐다. 금융위는 미래에너지펀드를 출자할 시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까지 낮춰 국제결제은행(BIS)비율 부담을 경감시켜주기로 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을 뜻한다. 펀드 출자시 이 위험가중치를 4분의 1수준으로 낮춰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조성된 펀드는 국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투자되며, 이를 마중물로 향후 연기금이나 보험사, 공제회들의 자금도 유입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행 9.2%에서 2030년 21.6%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다.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서는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이 총1조5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자금 1조9500억원을 매칭해 총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조성한다. 1차로 36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후 필요에 따라 추가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조원 단위의 혁신성장펀드, 1조원의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서도 기후기술을 육성한다.

환경부는 ‘녹색투자 확대 방안’을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고도화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신 적용을 돕는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산업계와 금융권 등 이해관계자 입장을 반영해 지속 보완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녹색투자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해 상장기업이 기후공시에 활용할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 발간, 환경산업 특수분류체계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연계 방안 검토, 녹색금융 분야 전문인력 양성 등도 함께 추진한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민간 녹색투자를 3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목표에 발맞춰 녹색채권, 융자 등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 연간 3조원 규모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을 지원하고, 연간 2조원 대출까지 기업의 녹색투자 관련 대출의 이자를 지원한다. 녹색수출펀드 신설, 녹색산업 기술보증 신설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계획도 세웠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투자상품의 단계적 도입이 추진된다.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으로 제3자의 간접투자가 가능해지면 합리적 배출권 가격형성과 거래량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여신 적용방안을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민간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친환경 분야에 여신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도 국가와 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지원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의 준비에 은행권이 동참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은행권은 녹색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직속으로 ‘미래금융추진단’을 출범하기도 했다. ‘미래금융추진단’은 인구·기후·기술 등의 변화가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 및 대응 방안을 연구하는데, 특히 기후TF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국제 동향·상황 분석과 녹색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논의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필요성은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유치여부와 관련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 경제와도 연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후위기 상황이 심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투자 유치 여부가 ‘녹색산업’을 기준으로 구분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녹색투자의 위험과 기회를 판단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빈도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국제 시장에서 녹색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이같은 요건에 맞춘 경영전략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최한 ‘제 11회 ESG ON 세미나’에서는 유럽 녹색채권 발행기업이 채권 조달금을 녹색분류체계에 맞게 썼는지 외부검토를 의무화하는 등 유럽연합 녹색채권 규정이 엄격해졌다며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비교, 분석해 우리 기업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비단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이같은 글로벌 탄소 규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기후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들을 배제하는 세계적 추세를 국내에서부터 반영, 대응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례로 최근 포스코홀딩스 외국인 지분율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두고 기후솔루션은 19일 ‘해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가? 포스코홀딩스의 기후 리스크 및 재무 영향 진단’라는 보고서를 통해 포스코그룹의 탄소 배출 등 기후 리스크를 외국인 주주 이탈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앞서 덴마크의 단스케방크가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화석연료 활동을 이유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등 2022∼2023년 포스코홀딩스를 투자에서 배제한 기관은 최소 15곳 이상으로 집계됐다.

기후솔루션은 해당 보고서에서 “투자 회수(divestment)나 투자 배제(exclusion)는 주주의 적극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기업의 가치가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신뢰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단기목표나 로드맵을 공개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도 기후 문제와 기업이 안고 있는 기후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장유팅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투자자 관여 담당 연구원은 “기후 문제가 잦은 재난 등으로 실제 나타나면서 책임 투자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꾸준히 기후 관련 조건을 강화해 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기후는 ESG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금융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한층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 역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에 ‘녹색’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명칭규칙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부터 ‘녹색금융’에 대한 중요성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이에 따라 은행권의 녹색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및 지원은 정부와 함께 발맞춰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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